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새누리당의 시계도 대대적인 '당 쇄신' 논의와 맞물려 바쁘게 돌아갈 전망이다.
조기 대선 정국을 앞두고 보수진영을 재정비하는 한편, 분열 양상인 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변모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남았다. 탄핵안 통과로 일단은 비주류가 승기를 잡았지만,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와 향후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당권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
당장 지도부 사퇴 문제가 계파 충돌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날 이정현 대표는 탄핵안 통과 직후 "우리 새누리당은 이번 기회에 모든 부분에 있어서 새롭게 거듭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이 대표는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을 주장하면서 12월 20일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그는 "대통령 탄핵이 통과된 마당에 당 표인 저와 정진석 원내대표 둘은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면서도 "우선은 당의 공백을 최소한이라도 메꿀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면 바로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즉각 사퇴를 거부한 발언이지만 사실상 20일 사퇴 입장에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비주류 의원들이 주축인 '비상시국회의'의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이날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헌 집을 빨리 허물 수 있도록 머물렀던 사람이 집을 비워야 한다”며 “새롭고 참신한 사람들이 새 집을 짓고 국민께 돌려드리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주류는 '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한 직후부터 지도부 사퇴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탄핵안 통과에 따라 지도부에 대한 즉각 사퇴 요구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친박 지도부가 인수인계 등을 위한 '장치' 마련을 이유로 시간끌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여기에 '인적 쇄신'이란 미명 하에 계파 숙청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탄핵 표결 당일인 이날도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친박계와 비주류 간 신경전이 벌어지는 등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대로 깊어졌다.
최근 당 지도부를 비판하며 탈당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청원 의원으로 대표되는 ‘진박(진실한 친박)’들은 정계에서 은퇴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리빌딩'의 첫걸음은 정치 청산이고, 새누리당 해체에서 시작하자"고 주장했다.
당 혼란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수립을 위한 논의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앞서 주류와 비주류 중진 의원들이 당 수습책 마련을 위해 진행했던 '6인 중진협의체'는 비주류의 탄핵 표결 동참 결정과 함께 비대위원장 논의를 무기한 연기했었다.
탄핵안이 통과되면서 대세는 비주류에게 기운 상태다. 당내에서는 흔들림없이 탄핵에 대해 일관된 주장을 해 왔던 유승민 의원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지만, 김형오 전 국회의장 등 외부 원로 인사들도 여전히 후보군에 오르내린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탄핵 표결 동참을 선언했던 비주류 내 온건파 김무성 전 대표의 행보도 관심사다. 앞서 김 전 대표는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면 탄핵까지 갈 필요가 있겠느냐며 중간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 탓에 비주류 내에서도 반발을 산 바 있다.
비주류 의원들은 11일 비상시국회의 총회를 열고 향후 수습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비대위를 비롯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기반인 보수층의 결집을 위한 방안 등 다양한 견해들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 거취 문제에 대해 논의할 당 최고위원회도 12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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