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미국 중앙정보국 CIA가 지난 9일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결론지은 가운데 트럼프는 CIA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며 CIA의 주장을 일축했다.
트럼프 정권인수위는 성명을 통해 “CIA는 사담 후세인이 대량 살상무기를 갖고 있었다고 했던 이들”이라며 “이번 대선은 선거인단 수에서 큰 차이로 당선인을 배출하면서 오래 전에 끝났다. 이제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나아가야 할 때”라고 밝혔다.
CNN은 트럼프가 미국이 위험에 직면했을 때 의존해야 할 최고 정보국과 반목을 두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수위는 CIA의 가장 굴욕적인 부분을 건드렸다. 부시 행정부 시절 CIA는 아담 후세인의 통치 하에서 이라크가 대량 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라크 침공의 명분을 제공했다. 그러나 대량 살상무기가 있다는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CNN은 CIA의 고위 인사들이 이후 교체되었으며 트럼프 측의 발언은 미국 정보국에 대한 대통령의 불신을 보여주는 것이라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앞서 9일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에 따르면 CIA는 러시아가 트럼프 당선을 위해 대선에 개입했다고 결론냈다. 러시아 정부와 연관된 해커들이 공화당 전국위원회와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이메일을 모두 해킹했지만 위키리스크에 민주당 이메일만 전달했다는 것이다.
같은 날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부터 선거 기간 중 러시아와 관련된 사이버 공격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를 지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CIA에 관련 자료를 의회에 넘기라고 촉구했다.
찰스 슈머 차기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다른 나라가 미국의 선거에 개입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여야를 불문하고 정당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며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내년 공화당 의원들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한 조사와 청문회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중에도 러시아의 개입 의혹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비도덕적 행위를 했다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거듭 주장했었다.
그는 최근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도 “나는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며 CIA의 러시아 대선 개입 주장은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러시아 측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근거를 요구하며 CIA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