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슈퍼키드의 보컬 징고가 솔로 앨범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21일 솔로 미니앨범 ‘Zingo’를 발표한 그는 힘들었던 시기를 오랜 시간 감내한 듯 덤덤하게 솔로 앨범 발표 소감을 전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닌 솔로 앨범이다. 그러나 그에겐 마치 첫 경험인양 묘한 기분인가보다.
“리셋하고 싶었어요. 과거 처음 솔로 앨범을 냈을 때는 스스로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군대 가기 전 뭐라도 하고 싶어 낸 철부지 앨범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앨범은 오랜 시간 고뇌하고 계획해서 낸 앨범이에요. 준비한 과정이 참 길었어요. 그래서 힘들었습니다.”
솔로 앨범을 발표하는 모든 가수들은 대부분 설레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징고는 조금 달랐다. 그래서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이 꽤나 고통스러웠나보다. 그럼에도 설렘 하나로 잘 버텨왔다며 웃었다.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앨범을 내기까지요.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하지 못하고 사는 자체가 너무 괴로웠죠. 슈퍼키드라는 팀을 오래 하면서 저를 돌아보게 됐는데, 나를 대변하는 음악이란 대체 뭘까? 생각했죠. 그때 정체성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군대가서 많은 걸 깨달았습니다. 슈퍼키드로 활동 할 때는 그런 마음이 없었는데 객관적인 시선으로 우리 팀을 보게 되더라고요. 한 걸음 뒤에서 보게 되니 제가 조금 더 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이런 감정들이 쌓여 있었죠.”
슈퍼키드로 데뷔한지 어느덧 10년. 오랜 시간 구력을 쌓아왔고, 또 그만큼 자신의 음악에 대한 확고함이 있을 것이라는 본인을 비롯한 많은 대중들의 마음을 때리는 한 마디였다. 징고는 자신의 솔로 앨범으로 스스로를 찾아가는 시작으로 여기는 듯 보였다.
“음악을 너무 잘하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노력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어릴 때는 열정 하나로 모든걸 커버했던 것 같아요. 그걸로 덮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실력이 있고 내실이 있다면 흔들리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옷에 비유하자면, ‘내가 입어도 멋지겠지?’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의 체형과 피부톤이 어떤 줄 몰랐던 거죠.(웃음)”
신나고 유쾌한 음악을 하는 팀이었기에, 그가 느끼고 있을 속내는 가늠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거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자면 징고는 인터뷰 절반을 마치 고해성사하듯 덤덤히 지난 시간을 풀어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은 고스란히 그의 음악에도 녹아있었다.
“3년 동안 수많은 기획사를 찾아다녔는데 그 중에서 저에게 달콤한 제안을 주신 곳도 있었어요. 거의 계약 직전까지 갔던 상황도 몇 번 있었고요. 솔로 앨범을 내기 이전에 새로운 팀도 만들었어요. 그런데 팀도 와해 됐죠. 그때의 심정이 너무 우울하고 공허하고 답답했는데, 실컷 기대에 부풀어서 준비했는데 엎어져버렸으니까요. 왜 그런거 있잖아요. 갑자기 컵라면이 너무 먹고 싶어서 저녁에 힘겹게 컵라면을 사러 갔는데 와서 물을 부으려는데 엎어지는 그런 느낌이요.(웃음) 그런 일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니까. 정말 힘들더라고요. 한 번이었을 때는 몰랐는데 몇 번 되풀이 되니까 너무 우울했어요. 그래서 제가 이번 신곡에 ‘날 사랑하지 마요’라는 노래를 만들게 됐어요. 어떻게 보면 ‘날 사랑하지 마요’라는 가사가 반복되는데 진심으로 저를 사랑해달라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상처 받았기 때문에 그런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자신을 힘들게 했던 음악이었지만, 결국은 그 힘든 상황도 음악으로 풀어냈다. 그는 “음악에 대한 기대와 신념이 있었다”고 입을 뗐다.
“음악이 너무 좋았던 것도 아니고, 좋은 음악을 만들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인정 해주겠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음악을 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고 싶기도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소통을 통한 만족이냐, 만족을 통한 소통이냐에 여러 이야기가 있을 건데, 자기 만족을 위한 음악인 것 같아요.”
3년간 자신들에게 맞는 기획사를 찾아 헤맸고, 슈퍼키드의 선택은 개그맨 김준호-김대희의 소속사 JDB엔터테인먼트였다. 수많은 대세 개그맨들이 소속 돼 있는 회사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JDB에서 먼저 연락이 았어요. 깊게 생각 안했고 사실 처음엔 ‘우리가 왜 거길 가?’였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잃을게 없더라고요. 마침 우리끼리 독립 레이블을 차려서 운영을 했었는데 신경 쓸 부분이 많았거든요. 데뷔도 오래됐으니 다른 음악하는 회사에 들어가려고 해도 그 쪽에서는 저희가 굉장히 부담스러웠을 것 같더라고요. 우리도 그렇고요. 물론 데뷔 10년이라고 선배 대접을 받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회사에 들어갔을 때 그 회사의 메인이 되지 않는 이상 찬밥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게 가장 걱정 스럽기도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음악으로 보여드릴 수밖에 없는 것 같더라고요. JDB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갔다고 해서 저희가 절대 가볍고 웃긴 음악을 하면 안될 것 같았어요. 물론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조율하면서 잘 해내야 하는 것도 저희의 몫이죠.”
징고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진심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어디서도 할 수 없는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의 눈빛은 반짝였다. 우연한 계기에 음악을 시작했지만 사실 그의 꿈은 매니지먼트 경영이었다.
“선배들 중에 아무도 매니지먼트 쪽에 일하는 분이 없었죠. 그래서 처음부터 이쪽 일에 몸을 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음악을 할 줄은 몰랐어요. 어린시절부터 음악을 했고 바이올린을 배우기도 했는데 어머님은 시인이시고 아버님도 악기를 다루시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게 된 것 같아요. 집안이 엄격해서 대학생이 돼서도 밤 10시에는 들어갔어야 하는데 집에서 한 번쯤 벗어나서 생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음악을 시작한 것도 그 즈음으로 시기가 맞아 떨어졌던 것 같아요.(웃음)”
솔로 앨범을 냈지만 그래도 그의 이름 앞에는 늘 ‘슈퍼키드’가 붙는다. 어쨌든 멤버들은 본인에게 가장 큰 힘의 원동력이 됐다.
“가장 큰 힘이죠. 멤버들 모두 제가 솔로 앨범 낸다고 했을 때 좋아했어요. 슈퍼키드 활동보다 솔로 징고를 응원 많이 했죠. 슈퍼키드도 오랜 시기 동안 힘든일이 많았는데 환기가 필요했었나봐요. 노래 좋다고는 하지 않았어요. (웃음) 고생했다고는 했죠.(웃음)”
데뷔 10년은 징고에게 꽤 무거워보였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어떠냐는 질문에 “살짝 부끄럽긴 하다”고 웃었다.
“사실 10년보다 조금 덜 했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한 것없이 10년이 후딱 간 것 같아요.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습니다. 절대 10년 했다고 감투 쓰는건 아니에요. 오히려 좀 더 부담스러운 것 같아요. 그만큼 책임감도 있고요. 그래서 앞으로의 10년은 밝았으면 좋겠어요. 값진 10년이었고, 이제 20대보다 더 열정적인 30대의 삶을 살고 싶어요.”
긴 시간 가수로 활동했지만 아직은 대중들에게 생소하다. 그는 방송활동보다 공연에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스스로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은 진심이 담긴 음악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한 해를 앞둔 각오와 함께 날 것 그대로의 각오와 포부를 드러냈다.
“보람찬 한 해를 보내고 싶어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계속 달릴 수 있는 한 해였으면 해요. 항상 신선하고 싶은 징고가 될게요. 제철 과일처럼요. 고여 있지 않고, 흐르는 거친 파도 같은 징고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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