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주요 식품업계 오너가(家) 3세들이 경영 보폭을 속속 넓히고 나섰다. 30~40대인 이들이 잇달아 사내 주요 요직을 맡으며 경영 일선에 나서거나 경영 현장에서 실무를 익히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2세 경영자들이 왕성하게 활동 중인 터라 3세 경영은 이르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식품업계가 단순히 '먹을거리'를 파는 시대에서 벗어나 '경험을 파는'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오너 3세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SPC그룹은 3세 경영 체제를 다져가고 있는 모습이다. 허영인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씨가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차남인 허희수 마케팅전략실장(전무)도 지난달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승계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상그룹도 오너가 3세인 임세령·상민 자매가 경영 일선에 배치돼 있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두 딸인 임세령·상민 상무는 지난 1일 전무로 승진했다. 임세령 전무는 마케팅을, 임상민 전무는 신사업과 글로벌 사업을 맡고 있다. 기존 업무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직급만 승진한 만큼 이번 인사를 통해 자매가 각자 분야를 나눠 책임경영을 진행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트진로 창업주 고(故) 박경복 회장의 손자이자 현 박문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부사장의 공격적 행보도 눈에 띈다.
경영전략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 부사장은 전략강화와 신성장동력 발굴 등을 위해 신설된 전략본부를 주도하면서 사실상 3세 경영을 알렸다. 맥주사업이 경쟁사에 밀리자 그룹 분위기를 쇄신하고 공격적 행보를 보이기 위한 '젊은 피'를 전면에 부각한 셈이다.
남양유업도 3세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장남인 진석씨는 경영기획본부 상무직에, 차남 범석씨는 생산전략부문장을 맡아 실무를 익히고 있다.
남양은 2003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이들 형제는 남양유업을 비롯해 계열사 지분도 보유하지 않고 있고 등기이사에 오르지 않아 주요 의사결정에서도 배제돼 있지만, 추후 3세들에게 경영권이 넘어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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