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국정 혼란으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활동이 사실상 종료됐다. 이에 따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정안 등 미방위에 계류된 법안들의 연내 처리가 무산될 전망이다.
12일 국회 등에 따르면 미방위는 지난 9일 열린 20대 정기국회에서 109개의 법안들을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회부조차 못하면서 파행됐다. 미방위는 앞서 11월 29일 전체회의에서도 여야 의원들의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빈손으로 돌아간 바 있다.
결과적으로 20대 정기국회가 폐회되면서 단통법과 전기통신사업법 등 굵직한 ICT 관련 법들이 해를 넘기게 됐다. 야당은 이날 임시국회를 소집해서 국회 차원의 상임위를 가동한다고 했지만, 여당의 불참으로 연내 마련하기로 했던 주요 통신·방송 정책들의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단통법 개정안의 경우 △이동통신사업자 지원금과 단말기 제조업체 지원금을 분리 공시 △휴대폰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 △위약금 상한제 신설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등 총 11여개의 법안에 달한다. 정부는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고, 이동통신업계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이 개정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단통법 개정안 연내 처리가 물 건너가면서 3년 일몰인 지원금 상한제는 내년 10월 자동 폐기될 수순에 처했다. 지원금 상한제는 단통법 개정안의 핵심으로 조기 폐지 목소리가 높았지만, 결국 일몰 기간을 다 채우면서 논란이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통신 기본료 폐지와 요금 인가제 폐지가 포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알뜰폰 사업자에 대해 도매제공을 의무화한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은 이미 지난 9월 일몰됐지만,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입법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사안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도 여야 입장차에 줄줄이 미뤄진 상황이다. 방송법 개정안은 KBS와 MBC의 야당 비중과 이사진 수를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야당은 이를 법안소위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는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대통령 탄핵 이슈에 휩쓸려 ICT 주요 법안들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면서 "향후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는 있으나 여야 대치로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통사들과 제조사들은 단통법 개정안이 사실상 불발된 것에 대해 안도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단통법 상한제 폐지가 추진될 경우 과도한 마케팅으로 역효과가 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삼성전자 등 제조사들도 단통법 분리공시제 시행을 두고 마케팅 비용 등 영업비밀 노출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 관련 조항이 제외된 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