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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국내 정수기 시장에서 물탱크(저수조) 없이 수돗물을 바로 정수해서 배출하는 직수형 정수기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직수방식은 물탱크가 있는 방식보다 위생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주요 업체들이 속속 정수기 사업 주력 모델을 직수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업체별로 시장 규모와 점유율은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직수모델 판매 증가가 정수기 업계 순위도 바꿀 수 있을 만큼 파격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는 데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13일 업계의 전망치와 실적을 종합해 본 결과, 직수형 정수기 시장 규모는 올해 60만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8만대에 비해 2배 이상 판매가 증가한 것이다.
연간 전체 국내 정수기 시장 규모가 200만대 가량으로 추산하는 것을 감안하면, 직수형 정수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4%에서 30% 수준으로 늘어난 셈이다.
직수형 정수기 시장에 가장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는 업체는 SK매직(옛 동양매직)이다. SK매직은 ‘슈퍼정수기’를 주력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수는 물론 냉수와 온수까지 물탱크에 저장하지 않고 직수로 추출할 수 있는 초슬림 정수기다.
SK매직 관계자는 “11월 말 기준으로 슈퍼정수기의 누적 렌탈 판매 실적이 26만대를 돌파했다. 이를 통해 직수모델 시장에서 4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LG전자는 ‘LG 퓨리케어 슬림 정수기’를 올해 1분기 출시한 후 최근 누적 판매량 13만대를 넘겼다고 강조했다. LG 정수기 전체 판매량은 퓨리케어 슬림 정수기 덕분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0% 이상 늘었다. 차별화된 인버터 컴프레서 기술을 적용한 위생적인 직수방식을 인기 비결로 보고 있다.
후발주자로 직수형 정수기 시장에 뛰어든 교원 웰스도 판매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의 전체 정수기 계정 중 직수형 정수기의 비율이 40%에 육박한다.
교원 웰스의 ‘웰스 tt 정수기’는 출시 이후 월 평균 1만대 이상 판매되고 있다. 웰스 tt는 정수기 위생성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선박 등 이종 산업에서 주로 사용되는 기술을 환경가전에 차용했다.
한편, 업계는 내년 직수형 정수기 시장은 70만~80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40%에 달할 전망이다. 따라서 직수모델 점유율을 높이는 업체가 전체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체 정수기 시장에서 40% 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1위 코웨이가 후발 주자들의 반격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다. 기존 유통망의 강점을 살려 물탱크형 제품 라인업을 밀고나갈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적은 직수모델 비중을 늘려나갈지에 따라 내년 정수기 시장 경쟁은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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