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태구·이소현·윤정훈 기자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는 "개별적으로 회의한 적도 없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박 회장은 12일 아주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김 전 차관을) 한국방문위원회(이하 방문위) 공식행사에서만 봤을 뿐이다"고 잘라말했다. 또 "(김 전 차관이) 방문위 이사가 맞는지 아닌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하지만 박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방문위 위원장직은 비상근직이지만, 월 1회 정기적으로 전체 업무보고를 받는다.
특히 박 회장은 방문위 위원장직을 수행하면서 김 전 차관과 함께 한중우호 활동을 비롯한 국내외 다양한 행사에서 함께 얼굴을 내비치기도 했다.
◆ 박 회장, 최순실 복마전 의혹 '문화융성' 사업에 적극 개입
박 회장은 그동안 정부의 '문화융성' 사업에 앞장서 왔다. 그가 대외적으로 민간 문화교류 사업과 관련해 맡고 있는 직함만 총 6개에 이를 정도다.
그룹의 비영리법인인 금호문화아시아나재단 이사장직을 비롯해 한국방문위원회 위원장,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광위원장, 한국메세나협회 회장, 한중우호협회 회장, 한일축제한마당 한국측 실행위원장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 사업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복마전(伏魔殿)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박 회장은 지난해 금호산업 인수 자금 마련에 고군분투하고 있을 당시에도 민간 문화교류 사업과 관련한 대외활동 직함을 무려 3개나 추가했다. 2월 한국메세나협회 회장을 맡은 뒤 7월에는 한국방문위원회 위원장을, 9월에는 한일축제한마당 한국측 실행위원장 직을 수락했다.
또 박 회장이 다양한 대외직함을 얻게 되면서 각 계열사들은 정부의 문화융성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일례로 박 회장은 지난해 8월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나 문화체육관광부와 금호아시아나그룹 간 '문화가 있는 날' 확산을 위해 대표 음악회 개발 등에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문화가 있는 날'은 문화융성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2014년 1월부터 시행한 사업으로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다양한 문화혜택을 할인 또는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4년 2월부터 자체적으로 열었던 '아름다운 로비음악회'를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과 연계해 서울과 광주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다.
◆ 적자·채권단 관리받던 계열사가 '미르'에 수억대 출연
박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시발점이었던 미르재단 설립에도 연루돼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11~12월께 재단법인 미르에 총 7억원 가량을 현금으로 출연했다. 핵심 계열사인 금호타이어가 4억원, 아시아나항공이 3억원을 각각 기부했다.
문제는 당시 두 계열사 모두 자금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노선 및 인력 구조조정 등 경영정상화에 돌입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던 상태였다. 부채만 8조4412억원, 부채비율은 991.2%에 달했다.
금호타이어 역시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었으며 부채 3조9525억원, 부채비율은 311.4%였다.
이들 계열사가 경영상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르재단에 서슴없이 출연을 결심한 배경은 무엇일까.
재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인수 등 굵직한 그룹 현안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금을 출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내놓고 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은 대통령과 면담한 9개 그룹 이외에 금호아시아나 등을 "반드시 추가시키라"고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지시했다.
특히 미르재단 출연 기업은 10대 그룹이 주축인데, 금호석유화학그룹과 계열분리가 되면서 재계 순위 20위권으로 밀려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목된 점이 의외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산업 인수 당시 신세계가 발을 빼면서 인수전 흥행몰이에 흠집이 생기고 호반건설은 예상 인수가 1조원대보다 낮은 6000억원을 제시해 유찰됐다"고 석연찮았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금호타이어도 실적악화와 노사 갈등 등이 인수전 흥행에 악재로 작용해 인수 열기가 미지근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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