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기관 의견서는 심판 절차에서 참고문서로 활용되지만 개개 재판관의 법리 구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13일 헌재에 따르면 헌재는 전날 재판관 회의에서 국회와 법무부에 탄핵심판과 관련한 헌법 및 법률적 의견을 구하기로 하고 회의가 끝나자 곧바로 각 기관에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요청을 받은 기관은 헌재가 정한 기한까지 의견서를 내야 한다.
헌재는 이 의견서를 심리 과정에서 참고자료로 사용한다. 헌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쟁점과 법리가 제시될 수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서는 향후 심판 절차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경우에는 박관용 국회의장과 법무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법학 교수, 시민단체 등이 1∼2차례씩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탄핵사유로 제시된 대통령 기자회견 발언의 고의성 및 선거법 위반 여부, 국회 의결과정의 국회법 준수 여부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의견을 제출했다.
당시 국회와 법무부는 각각 대통령을 공격하고 방어하는 역할을 맡았다.
여타 기관·단체도 치열한 공방전에 가세했다.
당시 변협과 민변은 대통령의 선거 중립의무 위반과 측근 비리 등이 탄핵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법학 교수 132명도 탄핵 의결 자체가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이라며 기각 결정을 촉구했다. 반면 재미자유민주애국단체연합회 등 일부 시민단체는 대통령 파면을 주장했다.
이번에도 상당수 의견서가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12년 전처럼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을지는 관측이 다소 엇갈린다.
이미 변협과 민변 등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바 있고,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국회는 대통령 탄핵에 찬성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방어 역할을 맡았던 법무부의 경우 현재 장관이 공석인 상태인 점 등을 고려하면 원론적 수준의 입장 표명에 그치거나 아예 별도의 의견 제시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헌재의 요청과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기관이나 개인도 많을 전망이다. 탄핵소추 의결서가 접수된 후 첫 공식 업무를 시작한 12일 오전 헌재에는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시민들의 전화가 폭주했다.
정당과 시민단체의 서명명부 등도 민원실을 통해 접수되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일반인 21만명의 서명을 헌재에 전달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