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첼리스트 문태국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2017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기자회견에 참석해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콩쿠르 준비에 전략은 따로 없어요. 어떤 분들은 콩쿠르 전 우승자나 심사위원 분석까지 하면서 준비하는데, 저는 저만의 음악으로 콩쿠르에 나가서 제 연주를 보여주는 것 자체가 기뻐요.”
첼리스트 문태국(22)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2017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말했다.
문태국은 지난 2014년 만20세의 나이로 세계적인 첼리스트 배출의 산실인 파블로 카잘스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클래식 음악계에 블루칩으로 급부상했다. 카잘스 콩쿠르 사상 첫 한국인 1위 수상이어서 그 의미를 더했다.
그는 “아버지는 내가 첼로를 익히길 바라셨다. 어머니가 피아노를 다룰 줄 알고 아버지가 클라리넷 연주를 좋아하셨기 때문에 내가 첼리스트가 되면 가족끼리 트리오 구성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셨다”고 회상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작한 첼로 연주지만 지금은 그 악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첼로 연주는 하면 할수록 만족스럽다.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흡사한 악기다”라며 “옛말에 기교는 바이올린, 소리는 첼로란 말이 있는데 첼로도 열심히 노력하면 바이올린 못지않은 기교를 부릴 수 있다. 중후하고 따스한 분위기가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현재 문태국은 삼성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이탈리아 밀란에서 제작된 1697년산 지오반니 그란치노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악기에 대해 “형제 같은 악기다. 말 안 듣는 동생 같을 때도 있지만, 믿음직스럽고 형 같은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는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에 선정돼 국내 공연을 이어간다. 총 5번의 공연이 예정돼 있는데 피아노와 함께 하는 독주회,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과의 듀오 콘서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와 함께 하는 트리오 연주회가 준비 중이다.
그는 “금호아트홀에서는 2004년 한 번 연주를 했는데, 이외에 공연 관람 차 많이 왔었다”면서 “처음 공식적인 연주회를 한 곳이라 그런지 푸근하게 느껴진다. 공연장이 어렸을 때 봤던 것만큼 크게 느껴지진 않지만, 울림도 좋고 좋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호아트홀 상주 아티스트로서는 내 어떤 모습을 보여드리기보다 첼로가 갖고 있는 매력과 다양성을 보여드리고 싶다. 관객들이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음악도 듣고 같이 공유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문태국은 최근 8살 연상인 피아니스트 노예진(30)과 웨딩마치를 울리기도 했다. 그는 “결혼 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다. 서로 연주가 있으면 심리적인 부담감이나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잘 알다보니 서로 잘 챙기고 해 부담감이 훨씬 덜 한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한편 문태국은 지난 1일 30세 미만의 전도유망한 첼리스트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야노스 슈타커상’을 수상했다. 야노스 슈타커는 피티아고르스키, 로스트로포비치와 함께 20세기를 대표한 3대 거장 첼리스트 중 한 명이다.

첼리스트 문태국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2017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기자회견에 첼로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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