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 [인터뷰①]에 이어 계속 ◁ 바로가기 클릭!
이세진이 개그맨을 되겠다고 생각한 건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까부는 게 즐겁고 좋았던 평범한 소년이었을 뿐. 그러나 그런 평범한 끼는 어느 순간 비범한 능력이 됐고, 그 계기로 이세진은 개그맨이 됐다.
“초등학교 때부터 까불면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인기 많아지고 그런게 좋았어요. 예전엔 인기투표로 반장, 부반장을 뽑았는데 맣이 알아봐주고 인정해주니까 좋더라고요. 그때부터 개그맨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중학생이 돼도 그랬어요. 그때부턴 개그맨에 대한 꿈이 생겼죠. 개그맨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몰랐고, 막연하게 어떤 대회를 나가서 최우수상을 받게 됐죠. 그러다 고2때 갈갈이 패밀리로 가서 개그 하고 싶다고 했는데 개그맨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TV에서 보던 사람들이 극장에 있으니까요. 그렇게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에 가서 개그 동아리에 가입하게 되면서 데뷔하게 됐습니다.(웃음)”
지금이야 정상급 개그맨이지만 이세진 역시 시작은 개그 극단에서부터다. 당시를 떠올리던 이세진은 자신이 건방졌던 시절도 있었음을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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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좋아서 시작했는데 건방졌던 것도 있었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방송에 나오고 연예인이 됐고 또 꿈이었던 개그맨이 됐으니 자만했었어요. 그러다 군대를 갔다 오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건방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늘 겸손해야한다고 느꼈죠. 지금은 정말 운 좋게 사람들 눈에 띄는 개그맨이 됐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세진의 자만심은 오히려 더욱 튼튼한 뿌리가 됐다. 건방져봤고, 자만해봤기에 무대에서는 늘 겸손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겸손함은 그의 타고난 개그감각과 맞물려 최고의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자신이 여기까지 올라오는 데에는 자기만의 힘으로 올라온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선배들의 아낌없는 믿음과 지원은 이세진이 클 수 있었던 에너지가 됐다. 특히 ‘개그콘서트’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김준호, 정명훈, 유민상과 같이 까마득한 선배들에 대한 존경심도 가득했다.
“김준호 선배 회사에도 들어갔지만 특히 같은 코너를 하면서 정말 좋은 선배라는 걸 느꼈어요. 후배들 중 누구 한 명이라도 스타를 만들어주시려는 마음이 보여요. 푸쉬를 잘해주시죠. ‘진지록’ 코너를 같이 할 때 김준호 선배는 14기, 정명훈 선배 16기, 그리고 저는 29기인데 약 15년 차이가 나는 선배들이에요. 그런데 제가 편하게 애드립을 칠 수 있게 배려 해주시죠. 용기를 계속 주시니까 이제는 선배보단 함께 개그하는 동료같은 느낌이 들어요. 웃음을 주기 위해 뭉친 동료로 인식이 되니까 저도 무대가 편해지고 선배 역시 무대를 편하게 만들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정명훈 선배도 그렇고요. 또 유민상 선배는 20기인데 보통 제가 함께 코너를 짤 때는 선배님을 디스하는 개그를 짜는데 다 받아주세요. 오히려 더 자신을 까라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프로라는 생각을 했어요. 워낙 착하고 좋은 분들이라서 전 그런게 너무 좋더라고요.(웃음)”
원래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김준호, 정명훈, 유민상 같은 선배들이 여전히 개그를 하면서 자신을 이끌어 주는 것은 본인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걸 입증하는 또 다른 방법일수도 있다. 그리고 가장 친한 선배 개그맨들을 꼽으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성원, 류근지, 김기리 선배님과 서태훈.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또 이상민-이상호 쌍둥이 형님들도 그렇고요. 사실 김성원, 류근지, 김기리 형들은 홍대에서 함께 PC방을 다니면서 놀다가 친해졌죠. 지금은 정말 형제처럼 지내요. 오히려 선후배 보다도요. 그렇게 만나면 가까워지고 그래요. 도움도 주고 용기를 많이 주시죠.”
끈끈한 동료애가 그의 날개를 펼칠 수 있게 만들어줬기에 이세진 역시 후배들에게 그런 선배가 되고 싶은 속내를 드러냈다. 그리고 지금은 개그 프로그램보다 예능에서 많이 활동하는 선배들을 향한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
“정말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시는 선배님들을 뵈면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모든 걸 잘 하시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개그콘서트는 계속 하고 싶어요. 후배들과 함께 개그를 짜는 게 너무 좋아요. 제가 SBS, MBC 등 모두 다녀봤지만 모든 개그맨들과 함께 개그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어떤 개그맨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김준호 김대희 선배님”이라며 당연한 대답을 내놨다.
“김준호 선배님같은 개그맨이 되고 싶어요. 너무 좋아요. 그 분은 정말 사람이 좋아요. 후배들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진심이 있으시더라고요. 정말 많이 도와주시죠. 그리고 코미디를 진짜 사랑하시는 걸 느껴요. 그러니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도 수년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정말 대단한거잖아요. 그런 점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김대희 선배님도 마찬가지에요. 열정이 있으신 분이죠. 코미디를 똑같이 사랑하세요. 김대희 선배님이 엄마라면 김준호 선배님은 아빠라고 할까요.(웃음)”
이세진의 꿈은 단순하다. 그리고 그 단순한 꿈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가장 궁극적인 이유 역시 개그를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이세진의 개그를 통해 위로 받는다.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의 개그 열정을 지켜볼 수 있는 우리는 어쩌면 참 행복한건지도 모른다.
“쉽고 재미있는 개그, 모든 사람들이 다 따라 할 수 있는 개그를 하고 싶어요. 예전엔 유행어가 정말 많았잖아요. ‘개그콘서트’가 방송된 다음날은 학교나 직장에 가면 유행어로 장난을 치기도 했고요. 그렇게 되게끔 지금보다 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대한민국에 코디미의 부흥기가 다시 왔으면 좋겠습니다. 코미디를 많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재미있는 콘텐츠로 대중분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개그맨이 될 테니 관심 갖고 많이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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