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모든 것을 삼켜버린 한국 그 속을 휩쓸려 다니는 연변엄마, 길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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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1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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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단 5주년을 맞은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야심작

  • 2016년 <썬샤인의 전사들>로 평단을 휩쓴 김은성 작가 부새롬 연출 콤비

  • 12월 15일(목)부터 31일(토)까지 아름다운극장

[연변엄마]


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 <뺑뺑뺑> <달나라 연속극> <아이엠파인투> <썬샤인의 전사들> 등 비극적으로 되풀이 되는 한국 근현대사와 우리 사회의 어둑한 모습들을 포착해온 김은성 작가, 부새롬 연출 콤비가 극단 달나라동백꽃 창단 5주년을 맞아 <연변엄마>로 찾아왔다.

연변엄마와 함께 한국 사회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전히 관심과 이야기가 필요한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을 들여다보자.

◆“한국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겉은 활기에 찬 듯 보이지만 속은 곪아터지고 있다.”
김은성 작가가 <연변엄마>희곡을 완성한 2009년 여름, 외국의 한 한국학과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체 한국의 어떤 속살을 꿰뚫어봤던 것일까?

새삼스럽게 운을 띄우지 않아도 지금의 한국사회는 위태롭다. 정치적으로는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을 앞두고 있으며 남북간, 동서간의 대립과 갈등. 이념적으로는 좌우간의 반목이 여전히 해묵은 숙제로 남아있다.

김은성 작가는 그중에서도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의 문제와 이로 인한 한국사회의 가족문제에 관심을 가져 왔다. 무섭도록 빠르게 변해 가는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동안 한국의 가정은 부서지고, 박살나고, 썩고 있다. 교육문제, 취업문제, 높아지는 이혼율, 낮아지는 출생률 등등... 돈이 모든 것을 잠식해 가는 이 시대. 언젠가는 가족보다도 돈이 소중해지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아니, 이미 도래했는지도 모른다.

<연변엄마>는 연변에서 온 가정부의 시선으로 한국을 탐색한다. 아들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 소식이 끊긴 딸을 찾기 위해 한국에 온 연변아줌마 복길순은 한국의 부유한 중산층 아파트에서 가정부로 일하며 딸을 찾아 전국을 헤매고 다닌다. 그녀가 만나게 되는 한국사회의 연변사람들은 하나같이 돈 때문에 멍들고, 깨지고, 어그러져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상당수가 김은성 작가가 직접 만나고 겪어본 우리사회의 서민들을 모델로 삼았다.

IT강국이자, 동아시아문화를 선도해 가고 있다는 한류한국의 뒷골목은 오늘도 곪아간다. <연변엄마>는 대한민국의 현실상은 어떤지, 근원적인 문제는 어디에 있는지, 사실주의적으로 진단하되 연극의 미학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2011년 초연 이후 그 사이 변해버린 한국의 지형도를 어떻게 반영했을지 기대된다.

[연변엄마, 길순의 이야기]



◆돈이 모든 것을 삼켜버린 한국. 그 속을 휩쓸려 다니는 연변엄마, 길순의 이야기!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이력을 온몸으로 떠안고 있는 치매 노인, 전희복, 자상한 가장이지만 전투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아버지, 전강돈, 딸이 의대에 가기만 하면 뭐든지 다 해주겠다는 어머니, 금보미, 자전거 ‘초록이’를 타고 다니며 각종 사회 활동에 열을 올리는 대학생 아들, 전우진, 프랑스에 보내달라고 조르는 전국 0.1% 우등생 딸, 전다은…

이들이 사는 고급아파트에 연변에서 온 복길순이 새로운 가정부로 들어온다. 복길순의 목표는 두 가지.
한국에서 다리를 다쳐 돌아온 아들의 수술비 천만 원을 버는 것. 소식이 끊긴 딸을 찾아 집으로 돌아가는 것.
연변엄마는 딸을 찾아 서울, 평택, 안산, 구미, 광주, 부산을 오가지만 딸은 찾지 못하고 딸과 내연남이 진 빚만 갚는다. 그렇게 전국을 헤매던 복길순은 마침내 딸의 소식을 듣게 되는데......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전향을 하고 광주항쟁의 진압군이었던 할아버지 전희복, 한때 운동권에서 변절을 하고 지금은 각종 시위진압 용품 사업을 하는 아버지 전강돈, 재력과 학력에만 매달리는 어머니 금보미, 미래세대라 할 수 있는 아들 전우진이 전 세대에 굴복하여 변화하는 모습과 임신과 유산의 아픔을 겪기 전까지 자기 바깥으로 시선이 한 치도 나가지 않는 딸 전다은의 모습, 3대로 구성된 가족은 한국의 역사와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가족의 3대를 따라 종으로 흐르고 있는 역사 속에서 물질적으로 겉만 번지르르해진 현재가 어떤 지점에 서있는지를 횡적으로 확대해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전씨네 집에 가사도우미로 들어와 관찰자 역할을 하게 되는 연변엄마 복길순이 딸을 찾아 전국을 누비며 만나는 온갖 하층민들의 삶은 횡적 확대의 폭을 넓힌다.

<연변엄마>는 한 여성이주노동자의 행적을 좇아가지만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 아니다. 지금 한국 사회가 역사 속에서 어떤 지점에 어떻게 위치하고 있는지, 복길순의 행적을 따라 우리의 민낯을 관객과 함께 들여다보려고 한다.

부새롬 연출은 전씨네 가족 3대가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한국의 역사와 사회 문제가 횡적으로 펼쳐져 있는 현재의 공간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있고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좀 더 명확하게 보여준다. 전씨네 가족의 삶, 연변엄마 복길순의 삶, 인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사라져버린 미란의 삶, 그리고 복길순이 전국을 돌며 만나는 다양한 인물 군상들의 삶이 의미적으로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그 연결고리를 명확히 하여, 전씨네 가족의 이야기와 길순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펼쳐지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로 보이도록 연출하고 있다.
 

[창단 5주년을 맞은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야심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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