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경제개혁연대가 내놓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대한 논평을 보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자는 투자기업에 대한 독립적인 주주권 행사와 경영감시 기능을 강화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스튜어드십코드는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최종 수익자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지침이다. 국민연금이 수익자 이익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을 외면한 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는 바람에 이 지침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는 더욱 커졌다.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은 청와대 압력을 받아 불공정한 합병에 찬성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며 "이런 의혹은 이미 작년부터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뿐 아니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자산운용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낙하산 인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며 "지금까지 내부 승진으로 기금운용본부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된 사례가 없다는 점도 관치에 휘둘려왔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기금운용본부 직원은 승진해봐야 실장까지가 한계라는 생각으로, '거쳐가는 직장'으로 인식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사명감이나 소속감, 성취감을 갖고 일하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양영식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장마저 사직 의사를 밝혔다. 올해 기금운용본부를 그만두거나 퇴사 예정인 인력은 30명에 맞먹는다.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이해관계자와 논의를 거쳐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논란 끝에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 당장 급한 삼성물산 합병 논란만을 불식시키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졌던 문제를 하나하나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금운용본부 독립과 낙하산 인사 배제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도 아직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강면욱 본부장 의견이 큰 영향을 주겠지만, 결국 결정은 국민연금 가입자단체 대표 20인으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이뤄진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스튜어드십코드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실효성 문제는 계속 제기될 것"이라며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도입 이후 어떻게 이행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소)은 "국민연금이 사회복지 부문과 자산운용 부분을 모두 제대로 수행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며 "기금운용본부를 분리해 조금 더 전문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