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울산 정하균 기자 = UNIST(총장 정무영) 연구진이 고효율 '인공나뭇잎' 소자를 개발했다. 인공나뭇잎은 물과 햇빛을 원료로 양분을 만드는 나뭇잎처럼 햇빛을 이용해 값비싼 수소 연료를 생산하는 반도체 소자다.
이재성(62)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 반디크롤(van de Krol) 교수팀과 함께 물속에서 햇빛을 받으면 수소를 발생시키는 인공나뭇잎(광촉매) 소자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소자는 해조류의 광합성 원리를 모방해 태양에너지를 수소로 전환하는 효율을 8%까지 끌어올렸다.
해조류도 땅 위 식물처럼 태양빛을 받아 광합성을 한다. 그런데 바다 속 깊은 곳에서는 태양빛을 온전히 받기 어렵다. 따라서 해조류는 자기가 서식하고 있는 깊이까지 도달하는 파장만을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맟춤형 광합성을 한다.
연구진은 인공나뭇잎이 해조류처럼 햇빛의 서로 다른 파장대를 나눠 이용할 수 있도록, 두 개의 광촉매 물질을 병렬로 연결한 '이종쌍전극(Hetero dual photoanode)'의 개념을 제안했다.
그리고 친환경적인 비스무스 바나데이트 산화물과 산화철을 나란히 연결해 실제 소자를 개발했다. 이종쌍전극 중 비스무스 바나테이트는 짧은 파장의 빛을, 산화철은 긴 파장의 빛을 각각 활용한다. 그 결과 지금까지 5% 정도에 머물던 태양광 전환 효율이 8% 수준까지 올렸다.
이재성 교수는 "상대적으로 값싸고 안정적인 산화물을 이용한 광촉매 중에서 8% 효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번 연구는 인공나뭇잎 기술의 상용화 기준으로 여겨지는 효율 10%를 턱밑까지 쫓아가는 중요한 이정표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발효된 파리협약에 따른 이산화탄소 발생 저감 및 처리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인공나뭇잎으로 생산한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보급하기 위한 값싸고 안정적인 수소연료 생산기술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 기술로 3년 내에 효율 10%를 달성해 재생에너지형 수소충전소를 세우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이제 막 보급되기 시작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 값싼 수소를 공급하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로는 김진현(28) POSTECH 환경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과 장지욱(33)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가 참여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의 네이처 퍼블리싱 그룹에서 발행하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14일자로 게재됐다. 연구 지원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는 기후변화대응 사업과 중견연구자 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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