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서울대 교수를 지난 7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나 최근 '세쌍둥이를 낳았다'고 표현한 그의 책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을 화두로 중국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말한 '세쌍둥이'는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민음사 간) 3권이다. 그가 말하는 중국 이야기를 3회에 걸쳐 싣는다.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첫째, 개인적인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대부분 학자로서 전문 분야만 하게되고 나 역시 중국 공산당, 중국 의회 등을 연구해 왔다. 전문적 연구를 집대성해서 체계화하고 종합화 된 연구를 하겠다는 생각에 10년 전부터 이 책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건강이 많이 안 좋아져서 못하고 있는데 은퇴할 때까지 해야할 연구들이 있고 이것이 첫 작품이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게 개혁기의 중국을 보려면 전체를 꿰뚫어보는 지식과 통찰력 있는 책을 쓰는게 가장 기본이다. 앞으로 계속 연구해야 할 부분들, 고전을 쓰려한다. 하나하나 만들어 나간다는 차원에서의 시작이다.
두번째로는, 학계 및 사회적 필요에 의해서다. '이제 우리도 제대로 해야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폄하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시중에 나와있는 많은 책들은 무작위 번역 등으로 제대로 된 중국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사실 사회과학 분야 책은 쓰는 사람들의 관점이 강하게 들어간다. 홍콩 저자는 그들의 관점이 있는 거고, 일본 저자는 그들의 관점이 있는 거다. 미국 저자 역시 마찬가지다. 또 우리 학계에서도 언제까지 남의 얘기만 갖다가 쓸 것인가. 특히 학계에 있는 사람들은 깊은 관점에서 제대로 된 수준 높은 체계화 된 중국에 대한 성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중국을 전공하는 학부생이나 대학원생들이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중국 정치 교과서가 하나도 없다. 이게 현실이다."
▲ 중국에 대한 전문서적 발간이 열악한 이유가 궁금하다.
"당장 차세대 중국과 관련해서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는 학생들을 양성하는 독자적 책도 없는데, 명성을 쫒고 돈을 쫒고, 다들 프로젝트에 빠져 있다 보니 전문서적 발간에 공을 들이는 학자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누군가는 해야 한다. 그래서 책 발간을 시작한 것이다. 솔직히 책 발간은 수고가 들어간 만큼의 경제적 이익과 직결되지 않는다. 이 책의 경우, 10년 준비했다. 집필에 3년, 검토만도 1년이 걸렸다. 그로 인해 과로와 스트레스로 병이 나서 치료받고 있는데 내게 돌아온 돈은 기껏 인세가 1000만원에 불과하다. 한국연구재단 등에서 논문 한편을 쓰면 주는 금액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걸 누가하겠나. 이걸 쓰려고 자료를 구하기 위해 대만, 홍콩을 다니기도 했다 이런 열악한 출판 현실에서 책을 발간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쏟기가 쉽지 않다."
▲ 이 책은 다른 중국관련 사회과학 서적들과 조금 다르다. 보통 마오쩌둥부터 이야기한다. 그런데 왜 덩샤오핑인가.
"사실 마오쩌둥 전 주석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마오쩌둥을 연구하려면 자료 수집에만 10년 정도 걸린다. 지난해 홍콩 중문대학에서 전세계 대학 도서관들과 협력해 마오시대 자료집을 완간했다. 너무 분량이 많아 CD로 완간했다. 1949~1979년 완간된 CD만 10개다. 분량이 약 400페이지 짜리 책 500권 분량이다. 방대하다. 또 CD값만 1200만원이다. 이것을 읽지 않으면 마오쩌둥 연구를 할 수가 없다. 아마추어들이 자신이 느낀거나 남이 쓴 것들을 번역하는 수준인 것과 달리, 전문 학자들은 이 자료를 다 검토해야 한다. 그 자료를 검토하는데만 오래 걸린다. 마오쩌둥에 대한 연구 역시 계획에는 들어있다. 다만 당장 급한 것이 '덩샤오핑의 중국'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낸 것이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3권이고 '덩샤오핑 위의 중국' 2권 이렇게 총 5권이 완성되면 1차적인 작업이 끝난다. 그것이 시작이다. 앞으로 공산당, 정부, 의회, 사회단체, 국유기업, 군을 총 망라해 중국이 어떻게 움직이는 것을 정리할 생각이다."
▲ 이제 이번에 나온 책의 내용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달라.
"우선 집필한 1차 현대중국 시리즈에서 '중국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두번째가 '중국의 엘리트 정치', 세번째가 '중국의 통치 이데올로기'이다. 지금도 시진핑 1인 체제에 대해 그렇다 아니다 논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마오 시기와 덩 시기를 제대로 보려는 것이다. 국내 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하는데 신좌파(주로 비판적인)들은 연구하면서 주류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주류를 먼저 보고 나머지 비판적인 것을 봐야 하는데(안되고 있다). 중국의 통치 이데올로기의 경우 자료를 많이 오랫동안 준비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민족주의, 중국 사회주의의 변형, 유가사상의 통치이념화 등이다. 사실 중국의 통치이념은 사회주의, 민족주의, 유가사상이다. 이게 범벅이 돼 있는데 지난 40년동안 어떻게 변형돼 왔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5년 내 앞서 말한 5권의 책 발간을 먼저 하고 나중에 은퇴할 때까지 평생작업으로 마오쩌둥 시대에 대한 책을 발간하려고 한다."
▲ 덩샤오핑을 중심으로 쓰여진 책인 만큼 덩샤오핑에 대한 높은 평가를 내리는 것 같다. '덩'을 보면 지금의 중국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덩샤오핑 시대는 정확히 1978년 개혁기부터 시작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부국강병의 꿈을 전면적으로 실천하는 중요한 시기다. 쑨원은 청나라를 멸망시켰고 나름의 길을 제시했지만 결국은 실패했다. 즉, 과거 청산의 의미는 있지만 새로운 시대를 제시하지 못했다. 마오쩌둥은 소위 말하는 '사회주의 길'의 업적을 세웠다. 그러나 사회주의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 것이냐에 대해 실험을 했지만 실패했다.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이 그것을 여실히 증명한다. 그런 의미에서 덩샤오핑 시대란 긴 역사적 관점에서 본다면 사회주의 정치혁명의 기초 위에서 말 그대로 부국강병을 위한 기본틀을 만들어 추진한, 굉장한 의미가 있는 시대다. 현대 중국과 관련해서 가장 기본적인 발전 전략을 만든 사람이 덩샤오핑 이기도 하다. 현 시진핑 국가주석의 발전 전략은 거의 덩샤오핑의 판박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데, 덩샤오핑의 전략을 한마디로 얘기하라고 하면 '공산당의 권위주의 체제', 다시말해 공산당 지도하에 빠르게 경제성장을 하고 그걸 통해 국가를 부흥하게 만들어 중화민족을 부흥을 꾀하는 것이다. 이게 핵심이다. 그걸 하기 위한 세부 전략이 정치, 경제 , 외교다."
▲ 지금의 시진핑 시대가 덩샤오핑시대의 연결선상에 있다는 지적인데.
"덩샤오핑 시대에서는 처음부터 정치 민주화가 어젠다에 들어있지 않았다. 덩샤오핑은 단순히 공산당 일당제를 옹호하고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정치체제가 어떤 것인지 관점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당체제 유지와 확대·강화가 중요했다. 이것이 지금 시진핑에 시대에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덩샤오핑은 말 그대로 성장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분배를 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장이 되지 않으면 나머지도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렇게 하기위해 그 나머지를 종속을 시키는, 즉 개방도 하고, 필요하다면 일부 계층의 부(富) 축적을 인정하고 사회주의 이념도 바꾸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성장이 최우선 전략이 되는 거다. 사회전략은 공산당의 지도를 유지하고 경제가 성장하게 되면 반드시 저항세력이 있다. 기득권 세력을 철저히 통제하고 사회 도전세력을 강력히 제압하는 것이다. 이는 지금의 시진핑 시기에서 가장 강력히 들어나는 반부패와 직결된다. 마지막으로 덩샤오핑의 외교 전략은 공산당 일당체제 하에서 경제성장을 해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는데 외교가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평화롭고 안정적인 기본 질서다. 가장 중요한 중국의 주권과 영토와 관련해서는 비타협이다. 이것이 덩샤오핑의 노선이다. 지금 시진핑 주석도 이 방식을 그대로 하고 있다."
▲ 즉, 시진핑 기본전략이 바로 덩샤오핑의 노선이라는 말인가.
"시진핑 주석의 기본 전략은 덩샤오핑 시대 이후 장쩌민이나 후진타오 시대에 했던 당내민주화 등 다양한 민주화를 다 중지시킨 것이다. 그게 바로 덩샤오핑 노선이다. 철저한 공산당 일당체제 강화시키는 것이다. 지금 시진핑 시대가 다른 것은 당내 부패문제를 에 강력히 처단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민주화 요구를 사전에 차단해 버린 것은 덩샤오핑의 노선에서 비롯된 것이다."
▲ 현재 시진핑주석이 추진하고 있는 반부패 정책이 일각에서는 정적 제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반부패 정책의 핵심은 기득권 세력을 정리하는 것이다. 정적 제거가 아니다. 하려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2012년 18차 당대회 부터 올 9월까지 반부패정책을 통해 낙마한 중앙위원급(장관급)이 212명이다. 매년 장관급만 50명씩 친거다. 그러면 그 밑에 있는 국장급은 수백명 수준, 그 밑에 중앙부서 과장급은 매년 수천명이다. 단순하게 정적을 제거하려고 했다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한 것은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기득권 세력은 3가지다. 국유기업 세력과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중앙과 지방정부의 고위 관료들, 마지막으로 이른바 고위 당정간부 출신의 자재들 즉 태자당이다. 또 시진핑 주석이 하고 있는 사회통제는 천안문사태 이후 가장 강력하다. 이렇게까지 강력하게 추진한 적이 없었다. 이 역시 덩샤오핑이 그대로 했던 것들이다."
대담=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정리=강정숙 기자
▶조영남 교수는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정치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베이징대학 현재중국연구센터 객원연구원(1997~1998), 난카이대학 정치학과 방문학자(2001~2002), 미국 하버드-옌칭연구소(Harvard-Yenching Institute) 방문학자(2006~2007년)을 역임했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있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정치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베이징대학 현재중국연구센터 객원연구원(1997~1998), 난카이대학 정치학과 방문학자(2001~2002), 미국 하버드-옌칭연구소(Harvard-Yenching Institute) 방문학자(2006~2007년)을 역임했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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