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의 철(鐵)이야기] 브루클린 다리를 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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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1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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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동국제강 상무[ ]


뉴욕의 아름다운 다리, 브루클린 다리를 판 한 남자가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엄청난 부를 챙긴 주인공은 평범한 뉴요커 폴 하투니언이다.

하투니언은 어느날 텔레비전을 보다가 브루클린 다리로 달려간다. 한창 다리 보수 공사에 열중인 현장소장을 만나 “이 낡은 목재를 내게 팔 수 없겠소?”라며 엉뚱한 제안을 하나 던진다. 현장소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제안을 수락하기에 이른다.

현장 소장은 폐목 처리와 공돈이 생기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후로 브루클린 다리에 깔린 낡은 목재는 가로·세로 2.5Cm 두께 3mm로 잘려진다. 그리고 목재 조각 앞면에 ‘이 증서를 가진 사람은 브루클린 다리 또는 일부를 매입했음을 증명함’이라고 써 붙인다. 하투니언은 모든 준비를 끝내고 북미 전역 2000여개 언론사에 보도 자료를 보낸다.

‘얼마 전에 브루클린 다리를 매입한 사람이다. 원하는 사람에게 그 일부를 팔겠다.’는 내용이다. 브루클린 다리를 팔겠다는 자체가 빅 뉴스였다. 매체들은 다투어 그와의 인터뷰 기사를 다루었다. 덕택에 수 천 개의 나무 조각은 개당 14달러95센트에 불티나게 팔렸다. '1분이 만드는 백만장자'책에 실린 내용은 대박친 굿 아이디어다.

브루클린 다리는 철강재로 만든 뉴욕 최초의 다리다. 1883년 개통되기까지 무려 15년이 걸렸다. 길이는 1053m. 개통 당시 세계 최장 다리로 주목을 받았다. 영국과 프랑스에 비교해서는 늦은 감이 있었다. 그러나 고딕형식의 탑과 강철 와이어 그물로 구성된 아름다움은 영화와 예술 작품의 배경으로 그만이다. 알 파치노가 주연한 영화 <뜨거운 오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킹콩> 등에 브루클린다리가 등장 한다.

브루클린 다리는 통행자와 마차, 전차, 소떼를 위해 건설됐다. 13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왕복 6차선 도로 위를 하루 15만대의 차량이 통행한다. 브루클린 다리는 독일계 이민자 존 로블링(John A Roebling)과 그의 아들 워싱턴 로블링(Washington A Roebling)이 건설했다. 좀 더 정확히는 워싱턴 로블링의 아내가 완성했다.

다리 창안자 존 로블링은 작업중 파상풍으로 숨을 거두고, 그의 아들이 건설 총 책임자를 맡았으나 그도 타워 기초 작업중 케이산병(Caisson disease)으로 온 몸이 마비된다. 결국 엔지니어와 인부를 감독하고, 현장을 누빈 사람은 그의 부인 에밀리였다. 다리 개통식 행사때 에밀리는 승리의 상징인 수탉을 안고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브루클린 다리와 함께 유명세를 치루는 뉴욕의 다리들은 각각 독특한 스토리가 담긴 전설적인 다리들이다. 스위스 출신의 오스마 암만이 건설한 ‘조지워싱턴 다리’는 권력자들의 압력을 뿌리친 다리로 유명하고 바르셀로나 출신 건축가 구스타비노가 설계한 ‘퀸스보로 다리’는 어마어마한 철구조물이면서도 중세의 고딕 건축과 같은 이미지를 연상 시킨다. 이 다리는 ‘위대한 게츠비’에서 이렇게 표현된다.

“퀸스보로 다리를 건너 갈 때, 도시의 풍경은 언제나 맨 처음 조우 할 때의 느낌을 준다. 마치 이 세상의 모든 미스터리와 아름다움을 보여 주겠노라는 약속인 양.”

이 다리 하부 공간에는 고급 식품점 푸드 엠포리엄(Food Emporium)이 있고, 강쪽에는 프라이빗 파티 전용 레스토랑들이 줄지어 있다. 횡단보도와 가까운 쪽은 슈퍼마켓이 있다. 철강재는 이렇게 건축가의 예술적 감각과 엔지니어의 집념과 도전의식이 어우러져 새로운 일상 공간을 창출한다. 한강의 37개의 다리가 나 홀로 누워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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