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내년 1분기 재정을 조기 집행하는 한편 고용 확대를 통해 소득을 늘려 소비를 활성화하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밝혔다.
다만 추가경정예산(추경) 조기 편성 가능성은 "1분기 상황을 봐야 한다"며 답을 미뤘다.
유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미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 불안심리를 차단하는데 내년 경제정책의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가 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것은 지난 4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이후 처음이다.
유 부총리는 본인이 경제 컨트롤타워가 돼 경제주체들의 불안 심리를 없애고, 내년도 경제 정책방향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오는 28일 전후로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 부총리는 "연초 대응이 매우 중요해 회계연도 전 배정 등 재정 집행준비를 마무리하고, 내년 1분기에 계획대로 조기집행에 나서겠다"며 "에너지신산업 등 공공기관 투자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실제로 지출을 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산이 (경기)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내년 1분기에 최대한 빨리 집행하도록 하고 공공기관 지출도 이에 발맞춰 조기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내년 상반기 조기 추경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년 예산안이 통과된 지 열흘 됐는데 지금 말할 수 없고, 내년 1분기 상황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유 부총리는 최근 조선·해운업 등 구조조정 진행으로 고용 악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내년 경제정책방향도 일자리 대책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저소득층의 소득 확충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유 부총리는 "1∼2인 가구가 많아지는 가구구조 변화를 감안해 생계급여 같은 복지제도(변화를) 고민해보겠다"며 "서민 생계지원 대책도 많이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생계급여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라 생계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사람의 최소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기초생활보장제도다.
소비 활성화 방안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유 부총리는 "일자리와 소득 등을 다 망라해 전반적인 소비를 끌어올릴 방안도 검토해 경제정책방향에 담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문제, 기업구조조정 등과 관련해 기존의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 부총리는 "필요할 경우 추가 대책을 내놓는 등 내부 리스크에 선제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의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논란을 의식한 듯 "제가 부총리직에 있는 한 중심을 잡고 할 것이다.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내년 경제정책방향은 황교안 권한대행과 협의를 우선하고, 청와대는 물론 여야 각 당과 광범위하게 협의해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5일 새벽으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정책 발표와 관련해서는 "금리 인상이 거의 확실시된다"며 "상황대비를 철저히 하고 이상징후가 있다면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미국 금리 인상 이후 대외신인도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면서 "일관된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내년 1월 미국에서 한국경제 설명회(IR)도 열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일 통화스와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중단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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