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5일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그동안 '동결' 또는 '인하' 두 가지였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선택지에 '인상'이 하나 더 추가됐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올리기도, 내리기도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은은 이날 열린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미국 금리인상과 가계부채 등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들을 감안해 일단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내년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미국 금리인상 속도, 국내 정치 상황 등 변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은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진 상태다.
◇ 한은, 미국 금리인상 속도 생각하면 '인상' 불가피
당장 미국 통화정책 전망을 감안하면 내년 한은의 금리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면서 기준금리를 연 0.50∼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특히 내년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 위원들은 앞으로 금리가 얼마나 오르고 내릴지 개인적인 생각을 반영한 점도표에서 내년 3차례의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실제 내년 연준이 2~3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거의 없어지게 된다.
미국이 금리를 올려 한국과 미국간 금리차가 축소되면 국내에서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은이 인상을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내외금리차가 좀 더 축소돼도 현 단계에서는 급격한 자금 유출 가능성 높지 않다"며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민간 외화유동성 사정이 풍부하고 우리나라 외환보유액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 금리 올리면 1300조 가계부채 폭탄 터진다
그렇다고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리는 것도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부담이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도 은행권 가계대출(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은 8조8000억원이나 급증했다.
미국 대선 이후 시장금리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금리인상이 더해지면서 가계부채 폭탄이 터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외국인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한은까지 금리를 인상하면 가계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60%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가계부채 중 700조~800조원은 변동금리가 적용된다. 즉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올라가면 가계가 새롭게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연간 7조~8조원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특히 대출 받아 생활비나 사업자금으로 사용하는 저소득층,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을 공산이 크다.
장기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당장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지 않지만,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게 되면 취약계층 대출이 빠르게 부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내년 경제 전망 우려 커져… 한은 추가 인하 주장 여전
내년 우리 경제 전망이 어둡다는 점도 통화정책 운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내수와 수출의 개선세가 미약한 데다, '최순실 게이트' 등 정치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올해 4분기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년 경제성장률 역시 2%대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7일 내년에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공조를 강조하며 한은에 기준금리 인하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당분기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국내외 경제 상황과 금융시장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지금처럼 대내외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대단히 높은 상황에서는 금융안정에 한층 유의할 수밖에 없다"고 추가 인하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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