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포터’ 세이거, 암 투병 끝 타계…NBA 34년 역사에 묻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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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1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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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코트로 잠시 돌아온 크레익 세이거. 사진=EPA 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자네도 잘하고 있지만 나는 자네 부친을 이 자리에서 더 보고 싶네. (카메다로 시선을 돌린 뒤) 당신은 NBA에 꼭 필요한 사람일세. 다시 돌아온다면 예전보다 훨씬 친절하게 답하겠네.”

무뚝뚝한 짧은 답변으로 유명한 미국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그렉 포포비치 감독이 2014년 4월 댈러스 매버릭스와 플레이오프 경기를 마친 뒤 남긴 유명한 말이다.

포포비치 감독이 말한 '보고 싶은 사람'은 NBA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TNT 방송의 명리포터 크레익 세이거다. 당시 세이거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코트에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이날은 그의 아들이 대신 일일리포터로 나선 날이었다.

NBA에서 34년간 사이드라인 리포터로 명성을 떨치며 NBA 선수들은 물론 스포츠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세이거가 16일(한국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65세.

1972년 미국 플로리다주 새러소타의 한 지역 방송에서 일을 시작한 세이거는 1981년부터 터너 네트워크로 옮겨 TNT 방송에서 NBA 리포터로 활동했다. 세이거는 화려한 의상과 재치 넘치는 인터뷰,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유명세를 탔다. NBA 스타라면 세이거와 인터뷰를 거쳐야 할 정도로 신망이 두터웠다.

그러나 세이거는 2014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아 그해 플레이오프부터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NBA 감독 및 선수들은 물론 전 세계 스포츠팬들이 큰 슬픔에 빠졌다.

이후 병마와 싸우던 세이거는 2015년 코트에 복귀하기도 했으나 올해 3월 다시 병세가 악화돼 코트에 서지 못했다. 세이거가 잡은 마지막 마이크는 올해 NBA 파이널(챔피언결정전)이었다.

그 자체로 큰 화제였다. 세이거는 이미 ‘최대 6개월’이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또 세이거는 NBA에서 30년 넘게 코트를 휘저었지만, 단 한 번도 파이널 무대에서 리포팅을 한 경험은 없었다. 세이거의 소속사인 TNT는 NBA 파이널 중계권이 없었기 때문. 하지만 TNT의 경쟁사인 ESPN이 세이거를 파이널 무대에서 마지막 리포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성사됐다.

당시 파이널 6차전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 극적인 승리를 거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르브론 제임스는 세이거와 인터뷰에서 승리 소감보다 먼저 그의 안부와 존경을 표해 큰 감동을 안겼다.

그러나 결국 세이거는 2년여의 투병 생활 끝에 NBA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와 함께한 수많은 NBA 스타들도 SNS를 통해 슬픔을 나눴다. 매직 존슨은 “NBA는 오늘 전설 한 명을 떠나보냈다. 그는 리포터라는 직업을 새롭게 만든 사람”이라고 남겼고, 래리 버드는 “그가 없는 NBA는 예전과 같을 수 없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NBA는 16일 경기 시작에 앞서 세이거의 타계를 추모한다.

[암 투병 끝에 향년 65세로 타계한 명리포터 크레익 세이거. 사진=AP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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