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은 블레이클리, 비난 받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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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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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모비스 소속으로 주가를 올린 마커스 블레이클리(오른쪽). 사진=KBL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 마커스 블레이클리(28)의 행적이 묘연하다. 거취가 정해지지 않았다. 우선 협상권을 쥐었던 안양 KGC인삼공사만 난감해졌다.

블레이클리는 일시대체 외국인 선수로 올 시즌 한국농구연맹(KBL) 무대를 밟았다. 울산 모비스 외국인 선수 네이트 밀러가 부상을 당해 영입했다. 활약이 뛰어났다. 11경기에서 평균 18.0점 9.8리바운드 5.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모비스도 블레이클리의 활약으로 중위권 도약에 성공했다.

블레이클리에 대한 구단들의 평가도 달라졌다. 모비스도 부상에서 돌아온 밀러를 대신해 블레이클리의 완전 교체를 고려했다. 하지만 그 사이 경쟁 구단이 늘었다. 지난 11일 KBL에 복수의 구단이 가승인 신청을 냈다. 모비스, 고양 오리온을 포함해 인삼공사가 서류를 내밀었다.

우선권은 인삼공사에게 돌아갔다. 복수의 구단이 동시에 가승인 신청을 내면 지난 시즌 정규리그 성적 역순에 따라 우선권이 주어진다. 인삼공사는 1주일간 블레이클리와 협상을 벌일 수 있게 됐다. 기존 외국인 선수 키퍼 사익스를 대신해 블레이클리의 인삼공사행은 사실상 유력했다. 인삼공사도 “메디컬 테스트 등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13일 부산 kt와 경기에 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블레이클리가 돌연 잠적했다. 가까스로 다시 연락이 닿았으나 아직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못했다. 인삼공사는 17일까지 블레이클리와 계약을 매듭짓지 못하면 우선 협상기간이 만료된다. 18일부터는 인삼공사를 제외한 9개 구단이 블레이클리에 대한 영입 자격을 얻는다.

농구계 소식통에 따르면 블레이클리가 다른 해외리그 진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이미 사익스도 자신의 처지를 인지한 상황에서 인삼공사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셈이다.

드래프트 지명 선수 혹은 시즌 종료 후 재계약 통보를 받은 선수가 이를 거부하면 KBL 제재를 받는다. 일시대체 선수인 블레이클리는 인삼공사를 거부하고 다른 리그에서 뛰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 선수의 선택권이다. 이미 대체 선수로 불안정한 취업을 했고, 2라운드 지명선수와 동일한 몸값을 받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큰 이득도 없다.

하지만 블레이클리가 인삼공사가 아닌 KBL의 타 구단에서 뛰게 되면 제도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의혹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해당 구단에서 블레이클리 영입을 위해 사전 접촉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징계를 내릴 수는 없지만,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에 앞서 KBL의 제도적인 허점도 적지 않다. 일시대체 외국인 선수는 사실상 자유계약선수(FA)의 자격을 얻는 것과 같다. 하지만 선수에게 자유는 없다. 자신이 원하는 구단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 자체가 박탈됐다.

KBL은 과거 FA 규정을 손질했다. FA 자격을 얻은 국내선수는 복수의 구단이 영입 의향서를 동시에 제출할 경우 이적 첫해 연봉 최고액을 기준으로 10% 이내의 연봉을 제시한 구단 가운데 선수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블레이클리의 거취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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