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이정수 기자 = 지난해 제약산업은 한미약품이 이뤄낸 8조원대 대규모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기술이전 계약에 기대 성장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제약업에 대한 기대는 크게 꺾인 상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본격적인 전환점은 지난 9월이다. 증권가 분석 자료를 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의약품 지수는 지난 6월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9월엔 한미약품의 기술이전 계약이 해지되면서 지난해 8월 수준으로 회귀했다.
코스피 의약품 지수 수익률은 지난 9월엔 연초보다 17.4% 높았으나 그 이후 34.7%포인트 하락해 이달 초엔 연초보다 17.3% 낮았다.
주요 제약사의 올 3·4분기 영업실적도 부진하며 제약산업은 이른바 '침체기'에 직면했다. 이는 제약기업 신뢰도 악화, 기술수출에 대한 가치 재평가 등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이며 관련 성과가 주가상승의 동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제약사의 대부분이 연초 실적을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약품은 1주당 가격이 올초 79만원에서 최근 30만원 이하로 추락했다. 한때 7조원을 육박했던 시가총액은 3조원대로 낮아져 지난 16일에는 3조334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1위 제약사 유한양행도 마찬가지다. 3조4000억원을 상회했던 시가총액은 2조원 초반대로 내려앉았고 지난 16일에는 2조2863억원으로 마감됐다. 여기에 동아에스티 등의 부진이 겹치면서 상위 제약사의 합산 시가총액이 연초 대비 12조원 이상 증발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신약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린 것이 실적 개선에 기여하지 못하고 수익성에 부담만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기술수출된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이 재개되고 다시 본격적인 성과가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한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가운데 잔뜩 위축됐던 투자심리는 다소 나아지고 있다. 코스피 의약품 지수는 11월 말부터 저점 대비 10% 내외로 반등 중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의 자료를 보면 지난 9월부터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마케팅이 위축되고 있음에도 11월 의약품 처방조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나 늘었다.
정부가 내놓은 제3상 임상시험 세제 혜택 확대, 약값 규제 완화, 각 부처 예산 증액 등을 통한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강화 등의 정책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가 분명히 있다"면서도 "올해 연속된 부진으로 훼손된 R&D 신뢰성이 단기에 회복될 가능성은 작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어 "내년에도 개량신약과 복제약(제네릭) 등 자체 제품 개발에 집중하면서 해외 도입상품(의약품)에 의존하는 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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