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2011년 1월 이후 청구된 자살보험금에 대해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기준을 2011년 1월로 정한 것은 이때부터 보험업법상 기초서류 준수 의무가 보험사에 지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보생명의 이같은 결정에도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생명보험사와 금융당국 간의 갈등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빅3' 생보사는 생명보험 상품의 '자살 보험금' 관련 소명 자료를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지난 8일까지 소명자료를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금감원이 예상보다 강력한 징계를 통보하면서 마감기한을 1주일 연기했다.
반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법률적 검토가 완료되는대로 적절한 대책을 내놓겠다며 아직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지급 권고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미지급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빅3 생보사에 지난달 28일 ‘임원 해임’, ‘보험업 인허가 등록취소’, ‘과태료’ 처분 등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다. 반면 생명보험사들은 대법원 판단을 근거로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할 수 없다’며 금감원에 맞서왔다.
자살 보험금은 특별약관에 포함되는 재해사망 보험금으로 일반사망 보험금보다 2∼3배 많다. 2001년 한 생보사의 ‘계약의 책임 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후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을 다른 보험사들이 베껴 사용하면서 문제가 됐다. 약관이 수정되기 전인 2010년까지 약 300만명이 해당 특약에 가입했다. 빅 3 보험사가 유보해둔 보험금은 약 3600억원이다.
결국 빅 3 생보사가 금감원에 한 발 물러섰지만 입장차는 미묘하게 달랐다. 교보생명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명시한 반면 다른보험사는 법률적 검토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경우 금감원의 제재로 오너가 CEO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삼성·한화보다 훨씬 더 위기감이 컸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당초 생보사가 8일 의견서를 제출하면 오는 22일 열리는 재재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징계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소명기한이 연기되면서 1주일만에 이를 검토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토 사항이 많아 올해 마지막 제재심에 안건을 올리기는 어렵게 됐다"며 "빠른 시일 내에 검토를 마무리하고 제재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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