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40·삼성 라이온즈)이 2017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난다. 그는 “은퇴 번복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리고 남긴 마지막 약속은 ‘이승엽답게’였다. 이 말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승엽은 내년 시즌을 자신의 마지막 현역 무대로 정했다. 2017시즌 종료와 함께 은퇴를 예고했다.
우리나이로 마흔을 넘긴 올 시즌에도 절정의 기량을 선보인 그는 아직 녹슬지 않았다. 이승엽은 올 시즌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3, 27홈런 118타점을 기록하며 팀 내 홈런과 타점 2위를 차지했다. 또 한·일 프로야구 통산 600홈런의 기념비도 세웠고, 2003년 작성했던 한 시즌 56홈런과 통산 433홈런은 KBO리그 역대 최다 기록이다.
마지막 무대를 위한 준비는 ‘선수 이승엽’일뿐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잘하고 싶은 각오로 가득했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떠나고 싶다. 마지막까지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다. 기량은 떨어질 수 있겠지만, 자신감은 당연히 있다.” 다만 그는 확언하지 못했다. 누구보다 야구를 잘 알기 때문.
특히 삼성은 우승팀에서 9위로 추락했다. 올 시즌 종료 뒤에는 4번타자 최형우와 에이스 차우찬도 떠났다. 이승엽은 “개인 목표에 대한 성취감은 전혀 없다. 팀을 위해 내가 80~90% 역할을 소화해내야 한다. 전력 약화보다는 후배들에게 기회다. 나도 준비를 많이 해서 홀가분하게 떠나고 싶다. 그런데 말처럼 되지 않는 것이 경기”라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국민타자.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같은 자리에 있기 때문에 붙은 수식어다. 하지만 이승엽도 내년에 있을 은퇴식에 대해선 “그날만큼은 화려했으면 좋겠다. 최고의 은퇴식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마지막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 그땐 눈물이 날 것 같다”는 그의 마음은 욕심이 아닌 국민타자를 위한 당연한 예우다.
떠날 준비를 하는 이승엽은 후배들에게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요즘 야구는 좋아지고 있다. 선수들은 선택의 폭도 넓어졌고 좋은 대우도 받는다. 부럽기도 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선수들이 프로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 ‘항상 누군가는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최근 메이저리거를 포함해 국내·외 스타급 선수들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두고 한 국민타자의 쓴 소리였다. 이승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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