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최순실과 조준희 YTN사장 그리고 명예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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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1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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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부 이정주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대통령 탄핵안을 두고 정국이 요동치던 지난달 중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경찰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조준희 YTN사장 선임에 최씨 측근이 개입됐다는 내용의 지라시의 작성자를 찾는다는 용건이었다. 솔직히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중간 유포자(?)의 혐의로 통신 영장을 받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조 사장이 명예훼손 혐의로 지라시 작성자를 고소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경찰이 지라시의 작성자를 찾았는지는 모른다. 한동안 잊고 지내던 중 지난 12일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가 조 사장 이야기를 공개석상에서 꺼냈다. 우 원내대표는 “조준희 YTN사장이 최순실과 관련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는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며 “이 문제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점검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언론노조 YTN지부도 “조 사장은 자신이 어떤 과정으로 YTN에 임명됐는지 명백히 밝히라”며 “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누구의 추천을 받아 어떤 경로로 YTN 사장 자리를 제안받았는지 분명히 해명하면 끝날 일이었다”고 발표했다. 또 “사측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면서도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아 의혹을 더 키웠다”며 “정말로 최순실 일파와 관련이 없다면, 민주당에 강력 대응해 잘못을 바로잡고 결백을 입증하라”고 촉구했다.

언론과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비선실세 최씨의 행각은 상상을 초월한다. 전방위적으로 모든 영역에 그녀의 손을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조 사장 선임 건도 마찬가지다. 기계적으로 보면 현재까지 확정된 사실은 없는 상태로 조만간 특검 수사를 통해 드러나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건을 마치 일반 사건처럼 오랜 시간을 두고 사법부의 판단만 지켜보자는 말은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YTN의 노조의 요구대로 조 사장이 초기부터 공개적인 석상에서 구체적으로 해명하고, 민주당에 강력 대응해 잘못을 바로 잡으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다.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개인의 명예가 하찮다는 게 아니다. 다만, 선진국 중 명예훼손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50여개 주 중에서 15개 주에만 명예훼손죄가 남아있다. 그마저도 법조항이 사문화돼 연간 명예훼손으로 처벌되는 평균 인원은 한자리 수에 불과하다. 선진국들이 이렇게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거나 축소시킨 것은 결코 개인의 인권을 경시해서가 아니다.

이는 주로 권력자들이 자신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을 막고, 정치적 라이벌을 제압하기 위해 명예훼손죄를 남용해 온 역사적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아무 비용을 들이지 않고 국민의 세금을 써서 권력기관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은 민주주의 원리에 정면 배치된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 가운데 하루에도 셀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나하나 따지면 의혹의 중심에 있는 최순실, 최순득, 정유라, 안종범씨 등도 수많은 시민들을 불완전한 정보 유포에 근거해 명예훼손죄로 겁박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법의 부조리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이같은 시민들의 선진 정치의식이 소위 ‘법 미꾸라지’라고 불리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결국 5차 국정조사장으로 끌어낸 것이다. 부디 조 사장도 공개적으로 나서 결백을 증명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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