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정부인사 초안받아 수정해 보내…인사개입 의혹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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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1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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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검, '통상 조언' 넘은 영향력 주목

19일 오후 국정농단 관련 첫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 최순실씨가 들어서고 있다. 이날 지법은 417호 대법정에서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주진 기자 =현 정부 '비선 실세'로 행세한 최순실(60·구속기소)씨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으로부터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인사안을 발표 전에 미리 받아 보고 명단을 일부 고쳐 다시 박근혜 대통령 측에 보낸 사실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확인했다.

앞서 검찰 수사로 최씨 측에 초대 국무총리, 감사원장, 국가정보원장, 각 장관 등 인선안이 넘어간 사실이 드러났지만 최씨 측이 구체적으로 명단을 손봐 넘길 정도로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19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특검팀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정 전 비서관이 최씨에게 보낸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인사 계획안 파일과 최씨가 이 명단을 일부 수정해 정 전 비서관에게 되돌려보낸 문서파일을 각각 입수했다.

이 문서들은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최씨 자택을 압수수색할 때 확보한 외장 하드디스크에 담겨있던 것으로 관련 수사기록과 함께 특검팀에 넘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이 최씨가 보낸 수정안과 실제로 당시 발표된 인사 결과를 확인해본 결과, 대부분 일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의 명시적 지시, 혹은 암묵적 용인 아래 최 씨가 인사에 개입하고 정 전 비서관이 이에 따라 하수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마저 조심스레 제기된다.

박 대통령 측은 18일 공개된 답변서에서 최 씨 역할을 'kitchen cabinet'(키친 캐비닛·미국 대통령의 사설 고문단 또는 브레인)으로 규정하면서 "대통령 국정수행 총량 대비 최순실 등의 관여비율을 계량화하면 1% 미만이 된다"고 밝혔다.

또한,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프레임에는 '연좌제'라고 반박하면서 "대통령은 최순실의 사익추구와 이권개입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차은택 씨가 최 씨를 통해 추천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임명한 데 대해서는 “국회도 청문회를 거쳐 ‘장관 직무를 수행할 기본적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고 반박했다. KT와 포스코 등 사기업 인사에 외압을 행사한 것에 대해서도 “전문가를 임원으로 추천한 것을 헌법상 직업의 자유 침해로 보기는 어렵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최씨의 공직 인사개입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객관적 증거 없이 검찰 공소장과 언론의 의혹 제기만 놓고 판단을 했다고 주장하는 박 대통령 측의 논리에 허점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순실은 키친 캐비닛이 아닌 키친 오퍼레이터(operator)이다. 사실상의 조종자였다"며 "쓸데없는 변명으로 국민의 분노만 키우는 대리인단은 해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탄핵답변서를 통해 대통령은 헌재 심판을 장기전으로 끌고가려는 속셈이 확실해졌다"면서 "이러한 법률 논리를 인용하며 대대적으로 수구의 반격이 시작될 걸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청와대는 금주 초 정식 수사를 개시하는 특검팀이 조만간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부터 시작되는 최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1심 형사재판을 예의주시하면서 향후 대책을 부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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