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한·중 FTA 1년을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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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1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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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

[김상철 前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한·중 FTA가 발효된 지 1년이 되었다. 온갖 장밋빛 전망으로 출범하였지만 글로벌 디플레로 인한 세계 교역량의 감소로 빛이 바래졌다. 올 하반기에는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한 중국의 교묘한 보복조치가 연이어 발생함으로 인해 과연 협정당사국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까지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1월 닻을 올리는 트럼프호(號)의 보호무역 기치가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어 자칫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서비스시장 개방과 비관세 장벽에 대한 양국 간의 추가 협상도 사드 갈등으로 인해 언제 열릴 지도 모를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적인 이슈를 경제적 문제로 연결하여 민간 교류에 제동을 거는 중국의 해묵은 관행으로 FTA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셈이다. FTA를 통해 중국과의 거래 장벽을 해소하자 하는 노력이 일시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만 확인되고 있는 것 같아 씁쓰레하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최근에 나온 한국 연예인의 중국 내 활동을 제한하는 한한령(限韓令)을 차치하고도 현재 중국이 한국 상품에 부과하고 있는 비관세장벽은 무려 26건이나 된다. 이는 전 세계 국가들이 한국 상품에 부과하고 있는 비관세장벽 건수(49건)의 무려 53%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자국 조제분유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2018년부터 모든 유제품 업체에 3개 브랜드, 9개 제품만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업체당 7∼8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 업체로서는 사업 축소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심지어 한국산 화장품, 식품 등에 대한 통관 거부 사태도 작년에 비해 더 늘었다. 유독 대만과 우리 상품에 대해 중국 세관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다분히 정치 보복적이라는 인상을 짙게 한다. 당분간 이러한 관행이 줄어들기 보다는 오히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더 많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한·중 FTA를 통해 가장 기대했던 분야 중의 하나가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이다. 올 중국의 한국에 대한 투자는 9월말까지 전년대비 8.5% 증가한 16.6억 달러에 그쳤다. 같은 기간 중국의 비(非)금융부문 해외투자는 1342,2억 달러로 전년대비 무려 53.2%나 증가했다. 물론 한국의 투자 매력도가 그리 높지 않은 점도 있지만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중국 자본의 무차별적 M&A 공세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핵심기술, 안보 등 민감한 부문에 대한 중국 자본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움직임마지 보이고 있을 정도이다. 일본을 제치고 대외직접투자 부문에서도 세계 2위가 된 차이나머니가 한동안 무소불위의 행세를 해 왔다. 중국 실물경기의 둔화와 위안화 약세에 따른 환헤지 필요성에 의해 중국 민간기업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줄어둘지 않을 전망이다. 차이나머니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새롭게 할 때이다. 미국 돈은 흰 돈이고, 중국 돈은 검은 돈이라는 사고를 지워야 한다.

무역 부문에서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중국 시장 내에서 수입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빈 강정이다. 중간재 수출은 줄어들고 있으며, 소비재 수출은 답보 상태이다. 반면 같은 시기에 시작된 한·베트남 FTA는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순항하고 있다. 11월 말 기준 견고한 두자리 수의 증가세(15.2%)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11월 수출이 일시적으로 반등하였으나 아직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 인위적으로 중국에 대한 수출을 줄일 필요는 없으나, 차제에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나가갸 한다. 동남아는 물론이고 유가 반등으로 수입 여건이 좋아지고 있는 산유국 시장에 대한 노력을 집중할 때이다. 동시에 다소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일본 러시아 등의 시장에 대해서도 수출확대 시동을 걸어야 한다. 반도체는 물론이고 일반기계, 석유화학, 자동차부품, 컴퓨터 등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품에 대해 주력시장을 다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시간은 중국에 불리, 정치 논리가 아닌 경제 논리로 풀어야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한 중국의 통상 압박에 대해서는 의연하게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 중국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당연히 외교 채널을 통해서 우리의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초조해하지 말고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선진국의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는 갈수록 더 거세지고 있다. 미국, 일본, EU 등은 일제히 연말로 에정되어 있는 중국에 대한‘시장경제지위국(Market Economy Status)’지위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굳히고 있다. 미국의 차기 정권인 트럼프 행정부도 벌써부터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행위에 대해서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계속 던진다. 중국도 이에 대해 맞불을 놓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에 불리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결국은 누군가가 양보를 해야 하는데 전반적인 여건을 고려해 보면 사면초과에 빠진 중국이 먼저 백기를 들 공산이 크다. 최근 중국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빠르게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와 숙명적인 관계에 있는 중국과 일본을 상대하면서 우리가 겪는 딜레마는 결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본이 한 때 우리를 무시하면서 한 수 위에서 우리를 조정하려고 갖은 술수를 부려 왔다. 하지만 이제는 대등한 위치의 관계로 발전, 일본이 일방적으로 이래라 저래라 할 형편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난 1992년 우리가 중국과 수교를 하면서 양국 사이에서 펼친 우리의 레버리지 외교가 한 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제 G2로 부상한 중국의 우리에 대한 안하무인 식의 태도이다. 유리하면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불리하면 뒤로 빠진다. 때로는 묵묵부답으로 아예 시치미를 뗀다. 특히 민간 레벨의 비즈니스는 약속이고 신뢰의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이를 파기하거나, 마치 없던 일처럼 슬쩍 넘어가려고 한다. 중국이 오늘날 대국으로 일어서고, 다시 중심이 되는 중화(中華)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하는데 지근에 있는 나라와 이처럼 엇박자를 내고서도 가능하겠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정도가 지나치면 후회할 수도 있다. 시간은 중국 편이 아니고, 우리 편이 될 확률이 더 높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한국과 한 배를 타는 것이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 교역파트너의 하나인 한국을 이렇게 대하고서도 파트너가 되어달라고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미국 등 선진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맞서려면 중국과 같이 보조를 취할 수 있는 우군이 필요하다. 중국과의 신뢰가 지금 이상으로 무너지면 우리가 중국과 같은 편에 서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중국의 원교근공(遠交近攻), 먼 나라와는 친교를 하고 가까운 나라는 공략을 한다는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이런 약점을 꿰뚫고 있는 듯 하다. 한·중 FTA 수교를 맞이하면서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를 압도해 그 성과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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