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채권시장이 불안하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 도미노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채권선물 가격이 급락하고 회사채 발행이 중단되고 있다.
중국의 신용평가기관인 펑위안즈신(鵬元資信)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중국 52개 기업에서 발행한 88개 채권 496억9400만 위안(약 8조5000억원)이 제때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해 디폴트가 발생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동화순도 이번 달에만 모두 3건의 디폴트가 발생했다며, 올 들어 32개 기업에서 발행한 채권 63개 379억 위안 어치에서 디폴트가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이는 지난 해 디폴트 액수(97억 위안)의 네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올해말까지 만기가 도래한 채권도 815개로 원금 상환액이 8500억 위안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뜩이나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중국 채권가격이 급락하는 등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디폴트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고 시장은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최근 기준 금리를 올린 뒤 중국 내 채권금리가 동반 급등하자 회사채 발행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이번 달에만 모두 77개 채권 총 841억8400만 위안 어치 발행이 연기되거나 혹은 취소됐다고 21세기경제보는 보도했다. 상하이청산결제소에 따르면 19일 하루에만 산둥고속도로그룹, 허베이철강 등 중국 8개 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연기했다. 이들 기업은 채권시장이 불안한만큼 적절한 시기에 다시 채권을 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일주일 사이 중국 국채선물 가격은 모두 세 차례 1% 넘게 하락(국채금리 급등)하는 등 불안한 시장을 연출하고 있다. 지난 15일 10년물 국채선물가격이 하한폭인 2%까지 급락하자 당국은 사상 처음으로 일시적 거래중단 조치를 내렸다. 19일에도 국채 선물가격이 1% 넘게 폭락하며 채권시장에 '블랙먼데이'가 연출됐다. 시장관계자들은 '중국 채권시장에 재앙이 드리웠다'고 평가했다.
국채선물 시장이 불안한 것은 미국이 내년 세 차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데다가 14일 저녁 국해증권 채권 인장 위조 스캔들이 발생한 것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중국 중견증권사인 국해증권 전 직원이 기업 인감을 위조해 채권 발행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들통나면서 20여개 기업이 발행한 채권에서 돌연 디폴트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지도부가 최근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내년 '신중하고 중립적인' 통화정책으로 금융리스크 규제와 자산거품 억제를 경제정책의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천명한만큼 중국 채권시장엔 당분간 불안한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