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365] 보툴리눔 톡신 논란 끝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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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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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생활경제부 차장

'보툴리눔 톡신'을 둘러싼 날선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상대 업체가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균주 출처를 두고 수개월째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보툴리눔 톡신(독소)은 주름개선 등에 쓰이는 미용용 주사제의 원료로, 미국 제약사 엘러간이 내놓은 '보톡스'가 대표 제품이다. 보톡스는 세계 1위 보툴리눔 톡신 제품이다. 국내에선 보톡스를 제치고 대웅제약·메디톡스·휴젤의 토종 제품이 시장을 휩쓸고 있다.

그러던 중 국내 제품의 균주 출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9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에서 맹독성물질인 보툴리눔 톡신의 균주가 발견됐는데도 질병관리본부가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실제 신경을 마비시키는 기능이 있는 보툴리눔 톡신은 1g만으로도 100만명 이상을 살상하는 게 가능해 생화학무기로도 활용할 수 있는 물질이다.

국내에서 발견한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사용하는 곳은 대웅제약과 휴젤이다. 대웅제약은 2010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마구간의 한 토양에서, 휴젤은 2002년 국내의 부패한 통조림에서 균주를 발견해 보툴리눔 톡신 원료로 사용 중이다.

반면 메디톡스는 미국 위스콘신대의 균주를 제품화했다. 이 균주는 식품의약품안전청장(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지낸 양규환 박사가 1979년 위스콘신대에서 공여받은 것이다.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이사가 양 박사의 제자다.

출처에 대한 논란은 절도 의혹으로 이어졌다. 메디톡스는 지난달 자사 제품 '메디톡신'과 대웅제약이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균주 유전체 염기서열이 일치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유전체 염기서열은 특정 생물체의 고유한 유전정보를 저장한 식별표지를 말한다. 염기서열을 분석하면 생명체마다 다른 생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에 쓰인 균주의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370만개를 공개하고 있고, 대웅제약은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가 운영하는 진뱅크에 나보타의 전체 염기서열 370만~380만개 중 1만2912개를 공개한 상태다.

두 제품의 균주 출저가 다름에도 대웅제약이 공개한 1만2912개의 염기서열이 메디톡신과 100% 일치한 것으로 메디톡스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 때문에 대웅제약이 국내에서 발견한 균주가 아닌 메디톡스 균주를 빼돌려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균주 명칭도 문제 삼았다. 대웅제약은 자사가 발견하고 보유한 보툴리눔 균주를 '홀(hall)'이라고 이름 지어 사용 중이다. 그런데 홀은 미국의 이반 홀 박사가 분리한 균주에만 붙일 수 있는 고유명사다. 현재 홀 균주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엘러간·메디톡스 등이 있다.

이 때문에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한국 토양에서 발견해 분리한 균주에 '홀'이라는 이름을 붙여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균주는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토양미생물로, 자연 상태 토양에서 균주를 분리한 사례는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반박한다. 또 보건당국의 절차를 제대로 지키며 상용화에 성공한 만큼 제품에 어떤 문제도 없다는 입장이다.

양사가 상반된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법적공방으로 번질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이다.

공방 장기화는 토종 보툴리눔 톡신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거듭되는 의혹 제기로 토종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된다. 이는 국내 시장 축소뿐 아니라 해외 진출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우려는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잠재울 수 있다. 각사 제품이 개별 연구로 개발된 것이 밝혀진다면 이같은 논쟁은 단번에 끝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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