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회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송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유례없는 경기 침체, 보호무역주의 대두 등 대내외 경제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견기업의 육성·발전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강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중견기업이 국내 경제의 핵심축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중견기업은 올해 상반기 기준 2979곳으로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0.08% 수준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고용인구의 10%인 120만명을 담당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수출의 17.6%(약 930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전체 법인세의 24%(약 8조원)을 내고 있다.
이에따라 중견련은 내년 중점 사업으로 △중견기업 성장 저해 규제 발굴 및 해소 △중견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연구 강화 △중견기업 핵심인재 육성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강 회장은 “독일의 ‘히든챔피언’ 등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한 많은 선진국의 정책 기조는 중견기업 중심으로 옮겨간 지 오래”라면서 “안정적인 국가 경제 발전의 토대를 다지기 위해서는 기업규모에 따른 ‘지원’과 ‘배제’의 단순한 이분법적 인식을 벗어나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그러나 중견련의 육성이 시급한 시점에서 정부 정책은 오히려 이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견기업특별법이 시행되고 중견련이 법정단체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났지만 많은 정책이 중소기업 또는 초기 중견기업에 집중되어 있을 뿐 대다수의 중견기업을 위한 정책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정부가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비롯한 20여개 세제 개선을 통해 중견기업 조세부담을 완화하는 등의 성과를 이뤄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고도 했다.
그는 “경제 재도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침체된 기업 부문을 활성화해야 함에도 국회에서 발의된 많은 법안이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최악의 경제 상황 아래에서 기업 활동을 옥죄는 법안을 무분별하게 발의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중견련에 따르면 법인세 인상,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등 20대 국회 개원 이후 7개월 동안 발의된 약 4000건의 입법안 중 상당수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회장은 “규제 입법의 합리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기업이 최대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야가 지혜를 모아달라”고 촉구했다.
대통령 탄핵 결정, 대기업 특검조사 등 최근 정치·경제의 현안에 대해도 강 회장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국가가 처한 엄중한 위기상황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국민이 행복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을 때”라고 했다.
또 “중견련은 중견기업만의 국지적 이익 추구가 아닌,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대한민국 경제 시스템의 진정한 변화를 위해 정부, 국회, 기업 등 각계와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아갈 것”이라고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