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서민들의 먹거리 가격이 잇따라 인상되고 있다.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이 20일부터 라면 권장소비자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 가격이 3배 넘게 치솟아 소비자 체감 물가는 더 오를 조짐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이날부터 신라면과 너구리 등 18개 브랜드의 가격을 평균 5.5% 인상했다. 이에 따라 신라면은 780원에서 830원으로, 너구리는 850원에서 900원으로, 짜파게티는 900원에서 950원으로, 육개장사발면은 800원에서 850원으로 각각 올랐다.
문제는 도미노 가격 인상이다. 통상 업계 1위 업체가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 경쟁사들도 잇따라 제품가를 올리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걱정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농심의 가격 인상으로 동종업계인 오뚜기, 팔도, 삼양식품 등의 가격 인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아직 가격 인상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곡물·채소·인건비·운송비 등 제조비용 전반이 오른점을 감안하면 제품가가 인상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다.
AI 여파로 계란 부족 사태도 심각하다.
대형 할인점에서는 계란 가격을 2~3차례 인상하며 1판(30알)에 1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계란 수급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서 일부 매장에서는 계란 판매 수량을 '1인 1판'으로 제한하기에 이르렀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공급 부족으로 도매가격이 계속 높아지는데 그치지 않고 계란 구입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까지 살처분된 산란용 닭은 1243만8000마리로 전체 사육량의 17.8%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산란용 닭이 대거 살처분되는 바람에 AI가 바로 진정 국면에 들어서더라도 기존 계란 생산량을 회복하는 데는 다섯 달 가까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계란 품귀현상 여파는 제빵·제과업계에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재고로 버티고 있지만, 제과업계는 당장 다음주부터 계란 공급가를 인상하겠다는 공지를 받은 상황이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원가 상승압박은 물론 제품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연중 크리스마스 연휴에 가장 많이 판매되는 케이크는 반죽에 많은 달걀을 필요로 하는데, 달걀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비상이 걸렸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활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며 "소비재뿐 아니라 달걀 가격이 어느정도까지 오를지 예상할 수 없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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