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1일 사실상 차기 대권 출마 의지를 드러낸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을 향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격이 추락한 상황에서 그나마 국격을 지킬 수 있는 사무총장이 이런 혼탁한 국내 정치판에 기웃거리고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추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냥 마무리 잘 하시고…. 별로 논평하고 싶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여권발(發) 분당 사태와 관련해선 “(비주류도) 박근혜 정부의 탄생에 다 기여하신 분들”이라며 “그런 역사에 있어서 무거운 책임과 반성을 먼저 촉구한다. (탈당)그 자체가 국민으로부터 면죄부를 얻을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반 총장 견제에 나섰다.
박경미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반 총장의 행보를 언급하며 “우리 문학의 정수 중 하나인 전광용의 단편소설 ‘꺼삐딴 리’를 소개하고자 한다”며 “반 총장과 소설의 주인공 이인국 박사가 닮아도 꼭 빼닮았기 때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 대변인은 “(소설에서) 이인국 박사는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는 친일, 소련군 점령하의 북한에서는 친소, 월남 뒤 미군정이 들어선 남한에서는 친미로, 얼굴을 바꿔가며 성공을 거듭해온 기회주의자”라고 힐난했다. 한때 친박(친박근혜) 꽃가마를 타려고 한 반 총장이 국정농단 게이트 이후 현 정권과 선 긋기를 한 데 대한 비판이다.
같은 당 정진우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사무총장 퇴임 후 정부의 직을 맡을 수 없다’는 취지의 UN 결의안을 언급하며 “UN 결의안과 본인의 대선 출마가 위배되는 것에 대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며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정 부대변인은 “반 총장의 대선 출마설이 처음 흘러나왔을 때만 해도 한국 대선이 반 총장 퇴임 후 1년 후에 치러지기 때문에 그나마 핑계꺼리라도 삼을 수 있었지만, 박 대통령 탄핵으로 실시될 조기 대선은 반 총장 퇴임 후 6개월도 채 지나지 않는 시점”이라며 “UN 창설 정신에 버금가는 70년째 지켜지던 UN 결의안을 위반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발전이냐”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결의안은 준수해야 할 법적 의무조항이 아니다”라면서도 “그동안 UN은 여러 차례의 대북재제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과연 반 총장이 자신의 대선출마를 위해 UN 결의안을 그리 쉽게 위배해도 되는 것이냐. 무엇이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한 몸 불사르는 길인지 깊이 성찰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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