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내년 정부예산 완화적이지 않다"… 재정확대 놓고 유일호와 힘겨루기(종합)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단 만찬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정부 재정정책에 대해 "내년 정부 예산이 완화적이지 않다"고 평가하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금리인상, 가계부채 등으로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한은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8% 달성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이에 경기부양 정책의 우선 순위를 놓고 '통화정책이냐, 재정정책이냐' 올해 내내 힘겨루기해 온 한은과 기획재정부간 기싸움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한은 총재 "내년 정부 총지출 증가 0.5%… 완화적 보기 어려워"

이주열 총재는 21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진행된 기자단 만찬 간담회에서 "내년 정부의 총지출 증가율은 0.5% 수준이다"며 "경제성장률을 2%대로 잡고 물가상승률이 2%가 안 된다고 해도 4% 내외의 명목성장률과 비교하면 총지출 증가율이 낮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예상하는 총수입 증가율에 비해서도 총지출 증가율은 낮다"며 "내년도 재정정책은 완화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내년 예산안 기준 정부의 총지출 규모는 400조5000억원으로 올해 예산안 기준 총지출(386조4000억원)보다 3.6% 증가했다. 다만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총지출(398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내년 늘어나는 지출 규모는 2조원 내외로 증가율은 0.5% 수준에 그친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정건정성을 고려해 긴축적으로 예산을 짰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이같은 주장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읽힌다.

◆ "이제 재정정책의 시대"… 정부 적극 역할 강조

이 총재는 "제로금리, 양적완화, 그리고 마이너스 금리로 대변되는 요란한 통화정책의 시대가 가고 이제 재정정책의 시대가 온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모하메드 엘-에리언이 쓴 '디 온리 게임 인 타운(The Only Game in Town·마을의 유일한 게임)'이라는 책을 소개했다.

그는 "이 책은 '중앙은행과 불안, 불안정 그리고 다음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이란 의미의 'Central Banks, Instability, and Avoiding the Next Collapse'라는 부재가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응 과정에서 정부 재정정책은 별로 역할이 없었고 중앙은행이 고군분투했다는 것을 빗대어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요즘은 디 온리 게임 인 타운이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경제에게 있어서 볼거리는 중앙은행이 아니고 정부로 옮겨가고 있다는 주장이 요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내 기관뿐만 아니라 해외 신용평가사 등 국제금융기구들도 한국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재정정책의 여력을 꼽는다"면서 "재정정책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할 때라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금리인상, 가계부채 급증에 따라 한은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데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불확실성 시대 리스크 관리 중요… 금리인하 여력 없지 않다"

이주열 총재는 취약부문에 대한 리스크 관리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2% 성장을 내놓는 기관이 있는 등 우리 경제 성장의 급락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성장의 급락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정책당국이 우선을 둬야 될 것은 취약부문의 리스크 관리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 속담에 '쇠사슬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에 달려있다'는 말이 있는데 쇠사슬이 아무리 단단하다고 하더라도 약한 고리가 끊어지면 그 쇠사슬은 끊어진다는 것"이라며 "취약부문에 대한 대비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여력을 묻는 질문에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조그마한 충격도 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금융안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다만 금리인하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금리인상과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이 클 때는 조금 더 확인하고 다져가면서 정책을 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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