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가 경영권을 행사하면서도 등기 임원을 맡지 않아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2일 발표한 '2016년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 기준 총수가 있는 2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회사 중 총수일가 1명 이상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17.8%였다. 전년(18.4%)보다 0.6%포인트 줄었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도 같은 기간 5.4%에서 5.2%로 줄었고, 총수 2∼3세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8.0%로 전년과 같았다.
지난해 4월 기준 대기업 집단인 40개 집단과 비교하면 총수일가 이사 등재 회사 비율은 같은 기간 3.9%포인트, 총수 이사 등재회사 비율은 2.5%포인트 각각 줄어들었다. 총수 2∼3세 이사등재 회사 비율은 1.1%포인트 올랐다.
기업별로 보면 두산, SK, GS, 부영, LG 등 5개 집단 10개 계열사가 새로 총수일가를 이사로 등재했다. 반면 금호, 현대중공업, 한진, 오씨아이, 한화 등 5개 집단 13개 계열사는 총수일가가 이사 명단에서 빠졌다.
부영, 금호, SK 등 3개 집단 4개 계열사는 총수 본인이 새로 이사로 등재됐다. 롯데, CJ, 현대차 등 3개 집단 5개 계열사는 총수가 등기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최근 5년 간 임기만료, 중도사임 등을 이유로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 비율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대기업집단 총수일가 이사 등재 비율은 2012년 27.2%에서 매년 감소해 올해 10%대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총수 이사등재 비율도 11.1%에서 5.2%로 급락했다.
기업별로 보면 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율은 부영(83.3%), 오씨아이(50.0%), LS(40.0%) 순으로 높았고, 현대중공업(0.0%), 미래에셋(0.0%), 삼성(1.7%), 한화(1.8%), 신세계(3.1%) 등 순으로 낮았다.
삼성은 전체 268명의 등기이사 중 이사로 등재된 총수일가는 1명(이부진·호텔신라)에 불과했다. 다만 이번 분석은 4월 1일 기준이어서 지난 10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등재는 반영되지 않았다.
한화·신세계 역시 각각 212명, 137명의 등기 이사가 있었지만 총수일가 이사는 각각 1명이었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총수일가 이사 등재 비율이 42.4%로 전체 평균(17.8%)보다 월등히 높아 자산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이사 등재 비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지주회사 전환집단의 총수일가 이사 등재비율은 22.2%로 일반집단(14.7%)보다 더 높았다. 특히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의 경우 총수일가 이사 등재비율(75.0%)이 매우 높았다.
총수는 평균 2.3개의 계열사에 이사로 등재됐지만 부영(13개사), 삼성·한화(0개사) 등 기업집단별로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기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등기이사는 상법상 경영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고, (연봉 등) 보수 공개 의무도 있어 제약이 많다"며 "총수일가 등기이사 등재 비율이 낮은 것은 이런 제약을 회피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총수 없는 5개 집단을 포함한 26개 대기업집단 소속 상장사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50.2%로 1년 전(50.0%)보다 0.2%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근 1년간 대기업집단 상장사의 이사회 안건 3997건 중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부결 2건을 포함, 총 16건(0.40%)으로 전년(13건) 수준에 머물렀다.
외부의 부당한 경영간섭 등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사외이사들이 여전히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집중·서면·전자 투표제 중 하나라도 도입한 상장사는 26.7%로 2010년 10.9%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반면 삼성·GS·현대중공업 등은 집중·서면·전자 투표제를 모두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소수주주권은 주주제안권, 장부열람권 각 한 건 씩 총 2차례 행사되는 데 그쳤다. 최근 5년간 소수주주권 행사 건수는 34건으로 주주제안(35.3%), 장부열람(32.4%), 주주대표 소송(20.6%)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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