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파주시에도 새내기 공직자에서부터 시장에 이르기까지 한자리에 모여 아이디어를 찾는 모임이 있다. 바로 ‘술이홀 운주당’이다. ‘술이홀’은 475년 고구려시대 파주의 옛 이름이다.
지방자치가 본격 시작되고 20년이 지난 지금, 지자체의 수준은 상향평준화 되었다.
자치단체마다 비슷비슷한 붕어빵 시책들이 주를 이루고, 축제나 관광체험 시설도 좋다는 것은 너도나도 따라 하기 바쁘다.
파주시(이재홍 시장)가 술이홀 운주당을 만든 이유다.
파주의 ‘술이홀 운주당’은 직급과 직렬에 관계없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추구하는 열정 가득한 직원들의 모임이다.
부서장 추천도 받고, 본인의 자발적인 희망에 따라 참여할 수도 있다.
현재 ‘술이홀 운주당’ 회원은 9급부터 5급 관리자까지 행정, 전산, 토목, 보건, 지도직 등 13개 직렬, 50명으로 구성됐다.
시장에서부터 시의 간부들도 함께 참여해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인 토론 모임을 갖는다. 각종 시책개발은 물론이고, 주요 사업의 네이밍과 스토리를 입히기도 한다.
공모사업 등 시의 시급한 현안이 있을 때는 게릴라식 번개 모임을 통해 신바람나는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
운주당의 운영모토는 ‘우문현답’이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이다.
전국 최초로 경의중앙선에 설치된 ‘독서바람열차’를 타보고 개선점을 찾기도 했고, 경기도 창조오디션에서 혁신상으로 31억원을 받은 ‘마장호수 휴 프로젝트’ 아이템 개발을 위해서 마장호수를 찾아 걸어도 보았다. 개통 한 달 만에 30만 명이 찾은 감악산 출렁다리도 직접 건너가 보며, 포토존을 찾고 스토리를 개발하고 발전방향을 모색했다.
성과는 다양했다. 경기 북동부 경제특화사업 공모에서 당당히 대상을 차지해 100억원의 상사업비를 획득한 ‘장단콩 웰빙마루 프로젝트’에도 운주당 회원들의 생각들이 보태졌다. 특히, 운주당은 작고 보잘 것 없는 아이디어라도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둔다. 부서의견을 듣고, 전 직원이 공유하며, 아이디어를 다듬고 재검토하는 과정을 거친다.
요즘 지방자치 단체 신규 공무원들은 90% 이상이 타 지역에서 나고 자랐다.
때문에 공무원들이 지역을 잘 알리도 없고 알 수도 없는 현실이다. 파주시도 예외는 아니다. 공무원들이 지역을 잘 알아야 제대로 된 시책을 개발하고, 시정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파주시 운주당 공무원들은 매달 현안지역을 찾기 때문에 깊이 있는 공부가 된다.
파주시는 올해, 파주시 역사 이래 최초로 경기도 시군종합평가 1위를 기록했다. 지방자치단체 경쟁력 평가결과에서도 전국 시 단위 2위를 기록했다.
또한 국토교통부 지속가능한 도시대상, 산업통상자원부의 제1회 대한민국 지역경제 혁신대상, 경기도 농정평가 최우수상 등 각종 공모와 평가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시상금으로 200억원 가까이 따내는 성과를 낸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공무원 토론 문화가 정착된 ‘운주당’ 이 제 몫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2월 8일 고려대학교에서 있었던 한국행정학회와 한국정책기획평가원 주관 2016 우수행정 및 정책사례 발표대회에서 ‘술이홀 운주당’이 우수상을 받으며, 그 가치를 증명했다.
한국행정학회는 파주의 운주당이 타 부서 일에 간섭하는 것을 금기시 하는 공직사회 내부에서 스스로 개선점을 찾고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이 굉장히 이례적이고 고무적인 일이라며 선정사유를 밝혔다.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총 20회에 걸쳐 35가지 주제에 대해 논의한 운주당은 지난 12월 20일 활동 결산모임을 가졌다.
회원들은 숨 가쁘게 달려온 2년간의 노력이 시정에 반영된 모습을 확인했다.
송유면 부시장은 “조선시대 정조대왕이 백성을 위한 일이라면 전례에 연연하지 않고 일했던 것처럼 운주당도 파주시민을 위해 계속 열심히 활동해 달라”고 당부했다.
시정 곳곳에 스며들어 파주의 미래를 이끌고 있는 파주시 싱크탱크 운주당의 왕성한 활동을 내년에도 기대해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