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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사진 왼쪽부터),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국내 조선 3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전 세계적인 수주 가뭄과 구조조정으로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올해 말 조선 3사는 2009년 이후 가장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조선 3사는 연초에 세운 수주 목표치(비조선 부문 제외)의 20%를 채우지 못하고 2016년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1년을 되짚어 봤을 때 전반적인 업계의 침체 속에서 각 사별로 미묘한 분위기의 차이는 감지되고 있다.
2012년 12월에 사장 선임돼 2013년부터 삼성중공업을 책임지고 있는 박대영 사장은 가장 험난한 1년을 보냈다.
박 사장은 지난 6월부터 자신의 임금 전액을 반납하면서 배수의 진을 쳤으나, 8월까지 삼성중공업이 ‘수주 제로’ 행진을 기록하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번 달(7월) 임금 9700원을 받았다”며 자신의 급여를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월급을 전액 반납하고 있고, 의료보험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저 수준이 9700원이라 회사에서 그만큼만 받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그는 급여 7억4800만원, 상여 2억9100만원 등 10억5300만원의 보수를 지급 받았다.
3년 임기의 절반을 지낸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극심한 수주 절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영업손실 5조5051억원, 당기순손실 5조1324억원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악의 적자를 냈다.
정 사장은 올해 영업이익 5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1분기 턴어라운드를 자신했지만, 결과는 2013년부터 4년 연속 적자였다.
3분기 연결기준 실적이 매출액 3조531원, 영업손실 1413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9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등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앞두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 9월 말 기준 1만2600명의 인원을 연내 1만명 이하로, 2017년 8500명, 2018년 8000명 이하로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나는 동료들에게 회사가 어느 정도 정상화 길에 들어섰다고 판단되면 저도 물러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무거운 사명감과 함께 마지막 생존의 기회로 삼고 있다. 뼈를 깎는 자구안 실행으로 국민들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괜찮은 한 해를 보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최대 주주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최측근인 그는 올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위기 관리 능력을 인정 받았다.
현대중공업은 기존 ‘최길선·권오갑 대표이사 체제’에서 ‘권오갑·강환구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었다.
권 부회장이 사업 재편과 대외 업무를 총괄하고, 강 사장이 생산·설계를 담당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2014년 경영 위기에 빠진 현대중공업의 대표이사를 맡은 후, 성과 위주 연봉제 도입과 임원 30% 감축, 설비지원 부문 분사 등의 구조 조정 작업을 주도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조선해양 수주목표를 116억6800만 달러로 잡았다가 최근 3분의 1 수준인 36억2600만 달러로 수정했다. 11월 기준 수주실적은 23억7600만 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갈 길은 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조선사 CEO들은 밖으로는 전 세계적인 불황, 안으로는 구조조정에 따른 노조리스크로 ‘내우외환’의 시간을 보냈다”면서 “내년에도 이 같은 시련의 계절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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