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정훈 기자 = 현대자동차가 한층 업그레이드 된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급변하는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 대비하는 중기 전략으로 세웠다.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연료전지차(FCEV), 순수전기차(EV)로 구별되는 친환경 전 부문에서 평균 이상의 기술력을 확보해 친환경차 시장의 변화 흐름과 각국의 정책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기남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환경기술센터 이사는 최근 한국자동차공확회 주최로 열린 전기차 포럼에서 기자와 만나 "HEV, PHEV, EV, FCEV 네 가지 분야 중 한 쪽에 무게 중심을 두지 않고, 시장이 요구하는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술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2020년 이후에는 기술 리더십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과거처럼 '선택과 집중'식이 아닌 탄력적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나온 것은 자동차 시장의 정책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친환경차 시장 성장의 '티핑 포인트'를 2020년으로 보고, 당장 신차보다는 기술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이사는 "친환경차는 인프라와 보조금 정책이 중요하다"면서 "세계적으로 수소차보다는 전기차 인프라가 늘어나고 있다. 도요타도 최근 전기차쪽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도요타는 FCEV를 오염 배출이 전혀없는 궁극의 친환경차로 보고, 기술력 개발에 매진했다. 하지만 수소 충전소 섭립을 위한 비용이 워낙 크기 때문에 시장 확산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반면 전동차(HEV, EV, PHEV) 시장은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내년에도 올해보다 11% 증가한 262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EV와 PHEV의 성장속도가 가파를 것으로 업계는 예측했다.
이종화 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은 "친환경차는 정책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하면 안된다"라며 "다양성이 중요시되는 시대에 현대차는 전부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하이브리드는 도요타, 전기차는 테슬라와 비야디(BYD), 수소차 시장은 현대차와 도요타가 선도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친환경 전용 플랫폼을 장착한 아이오닉을 통해 친환경 부문에 의미있는 첫 걸음을 뗐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부문에는 1997년 출시돼 이 부문의 대명사가 된 프리우스가 버티고 있다. 전기차 부문에서는 1회 충전거리 500km 이상을 자랑하는 테슬라 등과 경쟁해야 한다.
당장 내년 국내 시장에 GM의 볼트EV(1회 충전 383km), 테슬라 모델S(1회 충전 500km) 등이 출시되면 올해 전기차 시장에 경쟁자가 없었던 아이오닉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내년 아이오닉 PHEV를 준비하고 있으며, 주행거리 연장 아이오닉은 2018년 1~2월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신형 소형 SUV 친환경 버전도 2018년께 공개할 전망이다.
김 이사는 "내년 출시되는 볼트EV 대항마는 1년을 기다려줘야 한다"면서 "몇 년 만 지나면 전기차 주행거리는 기본 300~400km 이상이 나오게 된다. 효율성과 '펀 드라이브' 측면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2020년까지 총 28종의 친환경차 라인업을 갖춘다는 중기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아이오닉과 니로를 비롯해 HEV 6종, PHEV 2종(쏘나타, K5), EV 3종(아이오닉, 쏘울, 레이), FCEV 1종(투싼) 등 총 12종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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