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2016년 문화 공연계는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서거 400주년을 맞아 그의 작품을 공연으로 제작한 무대가 잇달아 펼쳐져 그 의미를 더했다. 이와 함께 배우 이순재, 손숙, 발레리나 알렉산드라 페리 등 여러 원로 예술인들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젊은 배우들 못지않은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편, 국정 농단 사태로 대한민국을 패닉 상태에 빠트린 일명 ‘최순실 게이트’는 공연 예술계에도 그 그림자를 드리워 문화 예술인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다사다난했던 올해 공연계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자.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올 한해는 그야말로 셰익스피어의 해였다. ‘햄릿’ ‘리어왕’ ‘로미오와 줄리엣’ 등 이미 공연으로 수차례 선보인 셰익스피어의 명작들이 뮤지컬, 연극, 발레 등 다양한 장르와의 만남으로 새롭게 관객들에게 선을 보였다.
서울시극단의 ‘함익’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이 다뤘던 심리적 고독을 넘어서 햄릿의 섬세한 심리와 그에 내재된 여성성에 주목했다. 이를 통해 새롭게 창조된 함익이란 캐릭터는 기존의 ‘햄릿’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냈다.
우리나라 민간 발레단 6개가 뭉친 발레STP협동조합은 발레 ‘맥베드’ ‘로미오와 줄리엣’의 명장면을 모아 구성한 ‘스페셜 갈라’와 ‘크레이지 햄릿’ ‘한여름 밤의 꿈’으로 모던 발레, 로맨틱 발레를 동시에 선사했다.
배우 문근영의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은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고전 작품 본연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시적인 언어와 대사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가진 아름다움을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로 예술인들의 투혼…이순재·손숙·알렉산드라 페리
올해도 아이돌 그룹 출신 가수들의 연극·뮤지컬 도전이 이어진 가운데 원로 배우들 역시 극장 무대에서 연기 활동을 펼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연기 인생 60주년을 맞은 배우 이순재는 연극 ‘사랑별곡’ ‘법대로 합시다’ ‘세일즈맨의 죽음’에 연달아 출연하며 쉴 틈 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배우 손숙도 ‘사랑별곡’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이순재와 호흡을 맞추며 연기에 대한 지치지 않는 열정을 보여줬다.
올해 나이 53살로 현역 최고령 발레리나인 알렉산드라 페리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줄리엣 역으로 캐스팅돼 내한했다. 앞서 2007년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가 2013년 복귀를 결정했던 그는 무용에 대한 애정과 늦은 나이에 도전을 선택한 용기로 후배 무용수들의 귀감이 됐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공연계도 못 비껴간 최순실의 그림자
2016년은 한국 민주주의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 해이기도 했다. 최순실 일가의 국정 개입 정황이 사회 전반에 걸쳐 드러나면서 이에 분노한 민심이 광화문 광장의 촛불로 쏟아져 나왔다. 특히 지난해부터 불거졌던 정부 주도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이 지난 10월 공개돼 논란이 됐다.
서울연극협회는 지난달 3일 정부를 규탄하는 첫 번째 시국 선언을 한 데 이어 지난 9일 다시 한 번 시국 선언을 발표했다. 대학로 극단들은 5개월 동안 진행되는 프로젝트 릴레이 공연 ‘권리장전 2016-검열각하’를 통해 정부의 문화계 압력 행사를 비판했다.
광화문 촛불 집회 현장에서도 공연을 통한 저항 운동은 이어졌다. 변정주 연출과 뮤지컬배우 32명이 중심이 된 ‘시민과 함께하는 뮤지컬 배우들’은 촛불 집회 무대에 올라 민중봉기를 다룬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와 ‘내일로’를 시민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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