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 대만 전 총통 8년 만에 입 열어..."마잉주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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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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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일 딸 천싱위 치과병원 개업식 축사 "차이잉원, 마잉주, 딸 고마워"

[천수이볜 대만 전 총통]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민진당 출신의 천수이볜(陳水扁) 전 대만 총통이 8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입을 열었다.

중국 온라인 매체 펑파이뉴스는 대만 언론 보도를 인용해 천 전 총통이 24일 자신의 딸인 천싱위(陳幸妤)의 병원 개업식에 참석해 23분간 축사를 했다고 26일 보도했다. 축사에서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에게도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해 언론과 대만사회의 관심이 집중됐다. 

천 전 총통은 "이 자리에서 감사하고 싶은 세 사람이 있다"면서 "가장 먼저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있어서 집안 어르신, 친척 등을 만나고 음악회는 물론 오늘 이 자리에도 참석할 수 있었다. 고마움을 전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에 우호적인 국민당을 이끌었던 마잉주 전 주석에게도 "그가 없었다면 자유를 잃었을 때(수감 당시) 가족들과 정을 나눌 수 없었을 것"이라며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천 전 총통은 복역 중 마잉주 전 총통에게 "나는 폐인"이라는 서신을 보내는 등 선처를 호소했고 마 전 총통은 지난해 초 천 전 총통의 가석방을 결정했다. 

딸에 대한 넘치는 애정도 보였다. 천 전 총통은 "사실 나는 아빠로는 불합격이지만 내 딸 싱위는 복덩어리다"면서 "40년 전 법률사무실 개업식 때 딸이 태어났는데 40년이 지난 오늘 딸의 치과병원 개업을 맞으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천 전 총통은 지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대만 총통을 역임했으며 2008년 퇴임 후 뇌물 수수, 공금 횡령 등으로 징역 20년과 거액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월 천 전 총통의 중증 우울증 등을 이유로 가석방돼 계속 기간이 연장되고 있으며 대만 남부지역 가오슝(高雄) 자택에서 요양 중으로 알려졌다.

가석방된 데다 정권 교체로 대만 국내 분위기도 달라졌지만 천 전 총통의 공개 석상에서의 연설 등은 여전히 제한된 상태다. 이에 8년 만에 잡힌 이번 축사 일정을 앞두고 기대감과 긴장감으로 천 전 총통이 일주일이나 잠을 설쳤다는 후문이다. 천 총통은 지난 10월 10일 대만 쌍십절(건국기념일) 행사 출석을 희망한다고 교도소 측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바 있다.

천 전 총통은 대만 독립 성향을 보이며 중국에 저항했던 정치인사로도 유명하다. 최근 차이잉원 총통이 "중국의 압력에 저항하자"는 입장을 밝히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자 중국 언론은 "차이 총통은 천수이볜 전 정권의 말로를 기억하고 당시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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