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의 대만에 대한 외교적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대만과 단교를 선언한 아프리카 서부의 작은 섬나라 상투메 프린시페와 19년 만에 다시 손을 잡은 것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우르비노 보텔로 상투메 프린시페 외교장관이 26일 베이징에서 회동하고 공동 코뮈니케(공보)를 통해 양국간 외교관계가 다시 회복됐음을 선언했다고 중국 관영언론 신화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상투메 프린시페는 1975년 포루투갈로부터 독립한 직후 중국과 수교했지만 1997년 대만과 손을 잡으면서 외교적 교류가 중단됐었다.
대만과 단교한지 엿새만에 중국이 상투메 프린시페와 외교관계를 회복한 것은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행보로 판단된다. 지난 2013년 아프리카 감비아가 대만과 단교했지만 중국은 당시 집권당인 국민당 정부를 배려해 3년 뒤인 지난 3월에야 복교했다.
상투메 프린시페 정부는 공보를 통해 "우리는 세계에 '하나의 중국'만 존재하며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인정한다"며 "대만은 중국 분리될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라고 대만과 정부차원의 그 어떤 교류도 없을 것임을 선언했다.
왕이 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상투메 프린시페 정부가 오랜시간 뒤에야 역사적 흐름에 순응하고 자국민의 현실과 장기적 이익을 우선시 하게 됐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한 것은 옳은 결단"이라며 "중국과 다시 손을 잡은 것이 중국과 상투메 프린시페는 물론 아프리카 국가 전체가 윈-윈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중국 외교부도 상투메프린시페와의 재수교 소식을 전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과 상투메 프린시페와의 수교로 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농업, 관광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인문교류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대만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대만 민진당 수교국 하나도 안 남을 것'이라는 제하의 논평을 통해 "상투메 프린시페와의 복교는 베이징이 대만 차이잉원 정권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라는 밝혔다. 만약 민진당이 계속해서 대만이 독립국임을 증명하고자 한다면 중국이 직접 나서서 대만의 정체성을 확실히 알려주겠다며 압박 강도를 계속 높일 뜻도 시사했다.
환구시보는 또 "차이잉원 정부가 중국과 멀어지는 길을 선택한다면 중국은 대만 외교적 고립에 속도를 올리겠다"며 "21곳의 대만 수교국이 하나도 남지 않는 쓰라린 패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중국은 바티칸과의 수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바티칸은 대만의 유일한 유럽 내 수교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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