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대기업 문화 닮아가는 게임死, ‘자유’ 아이콘 부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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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2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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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범 기자]

아주경제 송창범 기자 = “언제부턴가 야근 하면서 CEO와 눈이 한번 마주쳐야만 안심이 되더라구요. 만약 CEO와 마주치지 못한다면…”

충격적이다. ‘자유’와 ‘개방’으로 표현되던 게임기업의 한 관계자 말이었기 때문이다. 티셔츠에 청바지, 슬리퍼에 노란 염색머리를 하고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게 근무하던 게임 개발자들의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 머리 속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올해 게임업계에선 돌연사와 자살 등 안타까운 소식들이 잦았다. 과도한 업무강도로 인한 과로사와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 A사의 게임기업 건물을 ‘등대’로 비유한 말이 공공연하게 퍼지고, 또 이 말이 나돌자 ‘불빛이 새나가지 않도록 커튼을 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여기에 그 동네는 ‘밤 12시가 넘어도 술 취하지 않은 사람이 택시를 타는 곳’이란 비유까지 들며 극한 상황의 근무환경을 꼬집고 있다.

또한 상위권 게임사들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 업무 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즉 극심한 경쟁에 밤샘근무, 게임성공에 대한 스트레스 등이 안타까운 소식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개발자라는 인력을 아끼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문화’의 근무환경을 갖췄던 예전과 달리, 이젠 경쟁에서 단지 승리를 위해 물불가지 않는 국내 대기업의 문화를 닮아가는 모습이 엿보이고 있다.

게임업계 벤처사업가로 이름을 알리며 게임산업 부흥을 이끌던 20~30대 청년 CEO들이 40대 후반의 중년기를 맞은 지금, 예전의 깜짝 아이디어를 통한 ‘창의’보다는 돈이 되는 실적추구로 경영방식이 바뀐 것이 큰 영향이다.

이에 국내 게임업계의 종사자 비중은 매년 1조원 가량 늘어나는 게임시장 매출과는 정 반대로 10% 가량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모바일판 리니지로 흥행을 이끌고 있으면서도, 한국 게임산업의 위기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2017년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예전과 같은 창의력을 이끌 수 있는 게임기업의 근무환경 조성이 최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30대 청년 CEO였던 당시 초심으로 돌아간 경영을 2017년엔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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