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에 판 깔아준 ‘국조 맹탕 청문회’ 무용론…해묵은 과제 재부상

  • 상임위 아닌 특위 구성으로 갈등 심화…수사권 부여 논의 및 국회 역량 강화 방안 절실

30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법무부 등에 대한 기관보고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3탕(맹탕·재탕·허탕)에 그쳤다. 국정농단 사태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청문회가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는커녕 최순실씨 등 게이트 주범의 ‘출석 기피’와 출석 증인들의 ‘모르쇠 일관’ 등으로 끝나면서 해묵은 과제인 ‘국조 무용론’이 재부상했다.

탄핵 정국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의 직접 민주주의 확인으로 한국 정치의 민주주의 3.0 시대를 열었지만, 여전히 제도권 정치는 시대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일각에서 “최씨에게 면죄부 판을 깔아주려고 청문회를 했나”라고 절망하는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인 국조 청문회의 근본적인 이유로 ‘제도의 근본적 한계’와 ‘후진적 정치 문화’, '운용의 묘’를 살리지 못하는 ‘리더십 부재' 등을 꼽는다. 물꼬 트인 개헌 논의와 조기 대선 정국으로 제도 개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4당 체제에서 국조 청문회 대수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임위 아닌 특위 형태 국조 구성, 왜?

27일 여야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 국조의 대표적 문제로 ‘특위를 통한 구성’을 꼽는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조의 정식 명칭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다.

국조는 국회가 행정부의 ‘특정 사안’에 관해 조사를 시행하는 제도다. 매년 20일간 행정부의 일반적 국정 수행과 예산 집행 등에 관해 감사를 벌이는 국정감사(국감)와 구별된다. 두 제도 모두 헌법 제61조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하지만, ‘특정 사안이냐, 일반적·포괄적 사항이냐’에 따라 갈린다.

문제는 국회 상임위원회(상임위) 차원이 아닌 특위 형태의 국조가 남발된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상임위는 국정 현안 발생 시 수시로 현안 질의 형태의 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 각 상임위에 속한 주무 부처 장관 출석을 통해 청문회든 공청회든 열 수 있다.

상임위 차원이 아닌 특위 형태의 청문회가 구성되는 이유는 여야 합의가 번번이 무산되기 때문이다. 국조에 ‘직접적인 수사권’이 없다 보니, 한쪽에선 검찰 수사 및 법원 재판을 이유로 반대하고, 다른 한쪽에선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은 필요하다며 충돌을 일삼는다.

‘강대강’(强對强) 구도에서 정국 주도권이 야권으로 넘어갔을 때 구성되는 게 특위다. 주도권을 확보했지만, 난국을 돌파할 전략이 부재할 경우 승부수로 던지는 게 국조라는 얘기다. 국회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조특위 활동 시한을 하루 남긴 지난해 4월 6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겠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출석을 압박하기도 했다.
 

20대 국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3탕(맹탕·재탕·허탕)에 그쳤다. 국정농단 사태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청문회가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는커녕 최순실씨 등 게이트 주범의 ‘출석 기피’와 출석 증인들의 ‘모르쇠 일관’ 등으로 끝나면서 해묵은 과제인 ‘국조 무용론’이 재부상했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툭하면 국조특위, 전략부재서 나온 습관성 행보

국조의 상임위 구성과 특위 구성의 가장 큰 차이는 ‘전문성 여부’다. 상임위는 다수의 입법조사관 등이 상주하는 만큼 전문성을 갖췄다. 반면, 특위는 의원 개인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청문회 때마다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이나 ‘막무가내형’ 호통이 난무하는 이유다.

특위를 구성하더라도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결과보고서도 채택하지 못한 채 마무리 짓기 일쑤다. 지난 19대 총선 때 국가정보원(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국조나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조 등이 대표적이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13대∼19대 국회까지 총 88번의 국조 요구가 있었다. 실제 실시한 것은 27번이며, 이 중 결과보고서 채택은 10번이다.

비정상적인 국조 청문회의 정상화 방안으로는 △상임위 중심의 국조 청문회 활성화 △강제 수사권 부여 및 조사권 확대 △불출석 증인에 대한 강제 소환 △위증 증인 처벌 선례 △국회 역량 강화 등이 꼽힌다.

이재교 세종대학교 교수(변호사)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수사권 등이 없는 국조 청문회는 한계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제도 개선은 제도 개선대로 하되, 전문성을 갖춘 보좌관 확대 등을 통해 국회 차원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24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공개 소환되고 있다.[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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