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도시바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새해벽두부터 차세대 '낸드 플래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급성장하는 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뺏길 경우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탓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4세대 72단 3D(3차원)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을 마치고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낸드 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기억하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다. 이 중 3D 낸드플래시는 미세 공정과 회로를 3차원으로 쌓아올려 원가 및 제품 경쟁력이 높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2일 충북 청주시에 15조원 이상을 들여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밝히며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향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기지를 미리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는 임시 기억장치인 'D램'에서는 세계 2위이지만 낸드플래시에서는 5위에 그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HS에 따르면 2분기 기준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4.9%, 도시바 20.4%, 웨스턴디지털 15.0%, 마이크론 11.4%, SK하이닉스 10.7%, 인텔 6.7% 등의 순이다.
3D 낸드는 각종 스마트 기기나 서버(대형 컴퓨터) 등에 탑재되기 때문에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IHS는 지난해 823억기가바이트(GB) 규모였던 낸드플래시 시장이 연평균 44% 성장하며 2020년 5084억GB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이유로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3D 낸드 양산을 위한 경쟁은 내년 초부터 불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는 역대 최고 투자액인 15조6000억원을 들여 경기 평택에 건설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64단 낸드 플래시를 생산할 채비를 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내년 4분기부터 TLC 방식의 128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도시바는 내년 2분기 64단 TLC를 양산하면서 낸드플래시가 들어가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론도 내년 48단과 3D X Point를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이미 중국 다롄에서 32단 3D 낸드 양산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반도체 업체들은 3D 낸드 설비를 확대하고 기존 2D 낸드 라인을 3D 낸드로 전환했다"며 "차세대 낸드플래시 시장을 두고 후발 주자들의 경쟁이 격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다른 기업들의 경우에는 48~72단 양산 성공 여부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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