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회 대종상] 이병헌-손예진 남녀주연상…대리수상 파티(종합)

제53회 대종상 남녀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이병헌(왼족)과 손예진[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제53회 대종상 영화제는 “2년 연속 ‘대충상’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 그대로 배우들은 대거 불참, 대리수상의 연속에 내내 썰렁하고 민망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12월 27일 서울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제53회 대종상영화제가 김병찬, 공서영, 이태임의 사회로 진행됐다.

앞서 지난해 사상 초유의 집단 보이콧 사태를 겪으며 ‘대충상’이라는 오명을 얻게 된 대종상은 지난 1년 간 영화인들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대리 수상은 딱 한 번뿐이라는 남녀신인상부터 시작됐다. 영화 ‘곡성’의 김환희와 ‘4등’의 정가람이 남녀신인상을 수상했고, 정가람은 제주도에서 영화 촬영 중이라며 매니저가 대신 수상했다.

여우 신인상을 수상한 김환희는 “이런 멋진 상 주셔서 감사하다. ‘곡성’에서 효진이 역할을 만들어 주신 나홍진 감독님, 연기 호흡 맞춰주신 선배님들께도 감사하다. 그 사이에서 연기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어 주목할 만한 배우에게 주는 뉴라이징상으로는 영화 ‘인천상륙작전’ 김희진과 ‘귀향’ 최리에게 돌아갔다.

본격적인 대리수상은 이후부터였다. 음악상의 ‘덕혜옹주’ 최용락, 조성우 음악감독과 촬영상 ‘곡성’ 홍경표 감독, 편집상 ‘곡성’ 김선민 감독, 의상상 ‘덕혜옹주’ 권유진을 비롯해 남우 조연상 ‘밀정’의 엄태구, 여우조연상 ‘덕혜옹주’ 라미란 등 많은 수상자들이 무더기로 불참, 대리 수상이 이어졌다.

특히 ‘곡성’의 경우 편집상·조명상 역시 대리 수상자가 없어 여우 신인상을 수상한 김환희가 여러 차례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감사하다. 이 상은 잘 전달하도록 하겠다”며 멋쩍은 상황을 넘기기도 했다.

여타 시상식과는 달리 잇따른 대리 수상으로 시간이 남는 일이 벌어졌고, 영화제 측은 MC들에게 “시간을 끌어달라”는 사인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김병찬은 즉석에서 시상자들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시상자들끼리 근황과 촬영 비하인드를 묻는 등 시간 벌기에 나서기도 했다.

남우주연상은 이병헌에게 돌아갔다. 남우주연상 후보 중 유일하게 영화제에 참석한 그는 수상 후 “오늘 시상식에 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상을 받는다는 게 기쁜 일인데 솔직히 말하면 이 상을 받은 기쁨보다는 무거운 마음이 앞서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대종상이 참 그동안 말이 많고 문제도 많았고 물론 여전히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느낌이 있는 건 저 뿐 아니라 모두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53년 동안 긴 시간을 지내면서 명예를 이전처럼 되찾는 게 단시간에 해결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긴 시간 명맥을 유지하고 명예로웠던 시상식이 불명예스럽게 이대로 없어지는 건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저도 어떤 게 현명한 방법이고 해결책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변화라는 것은 개인의 의지나 노력으로 된다기 보다는 한 마음으로 조금씩 고민하고 노력하는 순간에 변화가 시작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앞으로 언젠가 후배들이 제가 20년 전에 시상식에 오며 설레고 영광스러운 마음가짐과 똑같은 마음으로 시상식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고 더했다.

마지막으로 이병헌은 “영화제가 시작했을 당시, 저도 사실 그때 태어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저의 대 선배들이 큰 뜻을 가지고 영화제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 후배들이 더 고민하고 노력해서 지켜줘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소감을 마무리 지었다.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우민호 감독 역시 대종상 불참 사태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우민호 감독은 “청룡영화제 때부터 대한민국에 어려운 일이 생기며 계속 ‘내부자들’이 작품상을 수상하는데, 상 받는 건 너무 기분 좋고 즐거운 일이지만 이런 시국에 이런 상을 받는 게 너무나 마음이 무겁다”며 “제가 되게 좋아하는 유시민 작가님이 토론회에 나오셔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 사람도 나쁜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서 그걸 잘 이겨내고 극복하면 건강해지듯이 대종상 영화제와 대한민국이 빨리 건강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다음은 수상자(작)이다.
▲ 신인남우상 = 정가람(4등)
▲ 신인여우상 = 김환희(곡성)
▲ 뉴라이징상 = 김희진(인천상륙작전), 최리(귀향)
▲ 신인감독상 = 조정래(귀향)
▲ 의상상 = '덕혜옹주'
▲ 미술상 = '밀정'
▲ 음악상 = '덕혜옹주'
▲ 녹음상 = '곡성'
▲ 남우조연상 = 엄태구(밀정)
▲ 여우조연상 = 라미란(덕혜옹주)
▲ 첨단기술특별상 = '대호'
▲ 편집상 = '곡성'
▲ 조명상 = '곡성'
▲ 촬영상 = '곡성'
▲ 기획상 = '내부자들'
▲ 시나리오상 = '내부자들'
▲ 인기상 = 이범수(인천상륙작전)
▲ 감독상 = 우민호(내부자들)
▲ 남우주연상 = 이병헌(내부자들)
▲ 여우주연상 = 손예진(덕혜옹주)
▲ 최우수 작품상 = '내부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