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는 26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 도착해 1941년 일본군이 기습 공격했던 진주만 방문 등 추모행사 일정에 돌입했다. 27일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진주만 기습 당시 침몰한 애리조나 전함을 개조해 조성한 애리조나 기념관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소감을 밝힐 예정이지만 '추모'는 있고 '사죄'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아베 총리의 하와이 방문과 추모일정에 중국은 발끈했다. 직접적인 피해자인 한국, 중국이 아닌 미국에서 희생자 추모에 나서는 진짜 의도를 의심하며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일본 지도자가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어떤 '쇼'를 하는지와 상관없이 침략의 역사를 진심으로 반성하는 것만이 화해의 유일한 길"이라며 "최근 미국과 일본 등의 역사학자 50여명이 아베 총리에게 미국 희생자는 추모하고 왜 한국과 중국 희생자는 추모하지 않느냐는 공개질문서를 발표하기도 했다"고 답했다.
또, "아베 총리가 이번 진주만 방문에서 피해자를 추모하기만 하고 전쟁에 대한 사죄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이번 행보가 중국을 겨냥한 대대적인 '쇼'라는 보도를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언론인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아베 총리의 행보를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28일 '아베, 하와이가 재미없다면 반드시 난징에 와라'라는 제하의 논평을 통해 일본의 군국주의로 인한 상처는 미국보다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가 훨씬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일본이 일으킨 전쟁으로 미국은 물론 중국 등 아시아 국가가 더 깊은 상처와 타격을 받았다"면서 "이번 진주만 방문과 추모일정이 서양사회에서의 일본 이미지를 조금 개선해 줄 수는 있겠지만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추모'만 있고 '사죄'는 없는 이번 행보는 미국 정권 교체 시기를 노려 미·일 협력을 강화하고 관계를 정비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이라며 "아베 총리는 집권 후 자위권 확보에 공을 들이고 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하며 동중국해에서 중국과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높이고 있는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일본이 진심으로 침략 역사에 대해 사과하고 화해를 원한다면 가야할 곳은 하와이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아베 총리는 중국의 난징, 한국의 서울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달 초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을 통해 일본의 침략전쟁은 반인륜적 범죄라고 비판하고 "만약 일본이 깊이 반성하고 사과할 뜻이 있다면 중국은 난징대학살 기념관, 9·18사변(만주사변) 기념관, 일본의 생체실험 등 만행의 증거인 하얼빈 731유적지 등 많은 조문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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