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지러우(肌肉·근육)와 즈퍄오번(支票本·수표책). 최근 중국의 외교법을 보여주는 키워드라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각각 군사력과 경제력이라 할 수 있겠다.
대만은 최근 중국 ‘근육외교’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 ‘겁 주기’에 나서면서다. 대만 주변 상공에 전폭기를 띄우는가 하면 항공모함을 대만 동부 해협 인근까지 보내 대만을 긴장시켰다. ‘하나의 중국’을 건드린 미국에도 경고했다. 남중국해 해상에서 미국의 수중 드론을 나포했다가 닷새 만에 돌려줘 미·중간 긴장감이 고조된 게 그것이다. 관영 언론들은 중국의 핵무기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더 많은 핵을 개발해야 한다고 외치는가 하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 대만을 ‘목조르기’, ‘능지처참’해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
중국의 ‘수표책 외교’ 공세도 거침이 없다. 중국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에게 2010년 노벨 평화상을 수여한 데 대한 보복으로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중단된 노르웨이는 결국 6년 만에 “깊이 성찰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달라이 라마의 종교적 방문을 허용한 몽골도 중국의 경제적 보복에 한달 만에 '일단' 사과하며 몸을 낮췄다. 그뿐이랴. 대만의 수교국이었던 아프리카 소국 상투페프린시페는 “국민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며 대만과 단교하고 엿새 만에 ‘돈 많은’ 중국의 손을 냉큼 잡았다.
칼날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힘을 기른다는 ‘도광양회’를 외교 전략의 금과옥조로 삼았던 중국은 이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국으로서 전 세계 곳곳에서 근육과 수표책을 무기로 거침없이 압박하는 ‘돌돌핍인’의 외교력을 과시한다. 하지만 군사력과 경제력과 동시에 중요한 것은 신뢰다.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 외교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류금지령, 한국기업 세무조사 등 중국의 외교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로 한국이 중국의 등뒤에 칼을 꽂았다며 상호 신뢰를 훼손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중국에게 묻고 싶다. 근육과 수표책으로 힘 자랑하는 중국을 어떻게 온전히 100% 신뢰할 수 있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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