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IT 기업 아마존닷컴이 개인 정보 보호를 이유로 경찰의 살인사건 수사 협조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 잠금해제를 두고 기싸움을 벌였던 미 연방수사국(FBI)과 애플 간 공방에 이어 개인 정보 보호 수준을 어디까지 맞춰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 전망이다.
폭스뉴스가 2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 남부 아칸소 주에서 지인을 살해한 혐의로 31세 남성을 기소했으나 남성이 무죄를 주장하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던 경찰은 당시 이 남성의 집에 있던 사물인터넷(IoT) 기기가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아마존 측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아마존은 개인 정보 보호를 이유로 거부하고 나섰다.
문제의 기기는 음성 어시스턴트 단말기인 '아마존 에코(Amazon Echo)'로, 지난 2014년 처음 공개된 뒤 지금까지 500만 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추산된다. 높이 24cm 크기의 원통형인 아마존 에코는 인공 지능(AI) 기반 기기로서, 사용자의 대화 내용을 이해하고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거나 음악을 틀어주는 기능을 한다.
경찰은 아마존 에코에 내장돼 있는 내장 마이크를 통해 음성 자료가 아마존의 서버로 전송된다는 점에 착안, 사건 당일 용의자의 행적을 조사한다는 방침이지만 아마존은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월 아이폰 잠금해제를 두고 불거졌던 FBI와 애플 논란의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개인 정보 보호와 수사 협조를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 연방법원은 FBI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12월 4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샌버너디노 총기 테러와 관련해 테러범인 사예드 파룩의 아이폰 속 암호화 정보를 검토할 수 있도록 잠금해제 기술을 지원하라고 애플 측에 명령했었다. 그러나 애플이 개인 정보 보호를 이유로 거부하면서 수사 협조 범위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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