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2016년 병신년(丙申年) 한국 정치는 롤러코스터 그 자체였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등 ‘외치 위기’로 불안한 출발을 한 박근혜 정부 4년차는 이내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갈등과 각 당의 4·13 총선(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 논란, 여권의 예상 밖 선거 참패 등 온갖 악재에 시달렸다.
중반 이후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논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등으로 외치와 내치가 동시에 흔들렸다. 지난해 시작된 중국발(發) 리스크로 한국 경제는 ‘수출과 내수의 부진→소비 감소→기업투자 위축’ 등의 악순환을 반복했다.
한국 경제 위기론이 정점을 향해 치달을 때쯤, 헌정 사상 초유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가 발발했다. 콘크리트 지지율의 대명사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일 헌정 사상 두 번째로 국회로부터 탄핵당했다.
그러나 희망도 봤다. 박 대통령 탄핵 국면을 이끈 촛불혁명이 대표적이다. 지난 주말까지 총 9차례 진행된 박 대통령 퇴진 촛불 집회에는 90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87년 체제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한국의 직접 민주주의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바둑 초고수인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융·복합 빅뱅인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감을 드높였다.
◆ ‘외치 위기’ 朴정부, 끝내 배신의 정치 부메랑
29일 여야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4년차 초반은 ‘외치 위기’의 연속이었다. 한·일 위안부 합의(지난해 12월28일) 논란 속에서 문을 연 정부는 지난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동북아 위기론에 휩싸였다.
극심한 남북 갈등에서 북한이 한 달여 만에 장거리미사일 은하 3호 도발을 감행하자, 정부는 2월 10일 개성공단 폐쇄를 전격 결정했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작동이 멈춘 셈이다.
위기는 외치뿐만이 아니었다. 20대 총선 공천 과정은 한국 정당의 후진성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새누리당은 배신의 정치에 대한 심판을 촉구한 박 대통령의 지휘 아래 비박(비박근혜)계 찍어내기에 나섰다.
결과는 과반(150석)에 못 미치는 122석. 반면 더불어민주당 123석·국민의당 38석·정의당 6석·무소속 11석으로,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20년 만에 3당 체제가 출범했다.
◆ 국정농단 게이트가 덮은 후반기…朴, 데드덕 전락
여소야대 체제에서 출범한 20대 국회의 키워드는 ‘협치’였다. 하지만 여야는 국회의장직을 놓고 팽팽한 기 싸움을 연출, 협치 보다는 세 대결이 정국을 휩쓸었다. 박 대통령도 지난 5월 27일 이른바 ‘상시 청문회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 정부와 범야권이 정면충돌했다.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는 7월에는 정부의 ‘비밀주의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미 양국이 7월 8일 사드 배치를 공식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님비현상’(Not In My Back Yard)이, 국외에서는 중국의 ‘경제 보복’이 대한민국을 옭아맸다.
9월에는 부정청탁 근절 사회를 위한 ‘김영란법’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그 어느 때보다 경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최경환 경제팀’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서 △‘고령화 저출산’에 따른 성장잠재력의 하락 △비효율적 국가 시스템으로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감소 등이 현실화됐다.
내우외환에 시달린 박근혜 정부는 이후 국정농단 게이트로 완전히 무너졌다. 2년 전 ‘정윤회 문건 파동’에 이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박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졌다. 국회는 지난 9일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299명 가운데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표 7표로 탄핵 소추안을 가결시켰다. 박 대통령이 4년 만에 데드덕(dead duck·죽은 오리)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비박계는 이후 새누리당을 탈당, 개혁보수신당(가칭)을 창당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3당 체제에서 4당 체제로 된 것은 정부의 실패와 공천을 잘못한 정당의 실패가 민주주의 위기로 귀결한다는 국민적 경고”라며 “양극단을 배제하는 협치의 문화 정착을 위해 대화와 타협의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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