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스터' 조의석 감독, 정직한 카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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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2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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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스터'의 조의석 감독[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간결하고 정직하다. 영화 ‘마스터’는 상업영화로서, 오락영화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정직하게 제 몫을 다하는 것은 이 작품을 연출한 조의석(40) 감독과도 닮은 구석이 있다.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 정직하게 카타르시스를 전달한다는 것은 조 감독의 바람이자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장기니까.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제작 영화사 집·배급 CJ엔터테인먼트)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조 단위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그리고 그의 브레인까지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리고 있다.

야심 차게 ‘건국 이래 최고의 게이트’를 준비했지만, 최근 대한민국에 벌어진 사건들은 영화보다 더 놀라운 것이었다. 김이 샐 법도 하건만 영화 ‘마스터’는 절망치 않고, 정의를 실현해나가는 과정을 리드미컬하게 풀어나간다. 관객들의 염원을 외면치 않는 정직한 카타르시스는 현재, 국민이 가장 원하는 ‘결말’이기도 했다.

영화 '마스터'의 조의석 감독[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전작 ‘감시자들’ 흥행 후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다시 한번 사회 비판적인 오락영화를 내놓은 이유는?
- 평소 시사에 관심이 많고 바라보는 시선이 삐딱하다. ‘감시자들’의 경우 ‘아이 인 더 스카이’(감독 개빈 후드)의 리메이크작인데 원작에 유쾌함과 권선징악을 더했다. 원작은 모든 걸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계산하던 남자를 끝내 잡지 못했고 원작 팬들은 그 점을 매우 좋아하지만 저는 약간 허무한 마음이 들었다. 주인공이 그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후 오리지널 작품인 ‘마스터’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김재명의 선언으로 시작해 그 선언을 이뤄내는 판타지에 현실을 더하고 싶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시국과 맞닿는 부분들이 많았다. 만족감도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 다시 생각해도 더 과감하게는 하지 못했을 것 같다. 부끄럽지만 자기 검열이 있었다. 농담처럼 블랙리스트에 오르네 마네 했지만 망설이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저 나름대로 과감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보수든 진보든 누가 집권을 하든 간에 제대로 된 사회에서 자유로운 창작을 할 수 있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 재명의 말처럼 행복한 세상이 오길 바란다.

앞서 사기범 진현필 캐릭터는 조희팔을 모델로 했다고 들었다. 조희팔을 영화로 옮긴다면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처럼 사기꾼의 일대기를 그릴 수도 있었는데, 그를 응징하는 내용을 담았다
- 아 물론 조희팔을 더 파서 밀어 붙여볼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나쁜 놈을 미화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아서 싫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작품들은 결국 나쁜 놈이 FBI에 협조하면서 끝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게 참 아쉽더라. 제대로 된 경찰이 정의를 실현하는 걸 보고 싶었다.

현재의 스토리로 오기까지 많은 과정이 있었을 것 같은데
- 제가 평소 내레이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우리 영화에도 내레이션을 쓰려고 했는데 모두가 말렸다. 내레이션의 장점은 시간을 압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외국 영화는 자막으로 읽지만, 우리나라는 말로서 듣게 되니까. 그 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영화 '마스터'의 조의석 감독[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러닝타임이 143분이다. 러닝타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데
- 제가 욕심을 조금 냈던 것 같다.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일을 진행하고 싶었다. ‘감시자들’처럼 장르를 쫀쫀하게 유지하는 것이 제 성격에 맞지만, 이 영화는 친절하면서도 리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거기에 지루함을 느끼는 분들도 있었지만 한 번 더 보신다면 디테일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을 거다.

러닝타임을 유지하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부분들이 있었나 보다
- 저로서는 과감하게 덜어낸 부분들도 있다. 다만 ‘호흡을 조금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도 있고. 많은 대중, 여러 스펙트럼을 만족하게 해야 하는데 늘 그 부분이 어려운 것 같다. 실은 친구들이 영화 제목을 보고 ‘마스터피스를 만들겠다고?’라며 놀리곤 했다. 물론 저도 언젠가 죽기 전에는 그런 영화도 만들어보고 싶지만…. 저는 상업영화 감독이고 현재 제가 해야 하는 일이 분명하니까.

우리가 지나친 디테일들이 있나? 주목해야 할 만한 지점들
- 정확히 어떤 지점이나 디테일이 있다기보다는 캐릭터의 갈등과 쌓여가는 감정이나 과정들이 있다. 나중에 TV로라도 다시 보신다면 ‘저런 게 있었네?’하고 알아주시면 좋을 것 같다.

진 회장과 박장군의 경우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지만, 김재명의 경우에는 반대로 강동원에게 의지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 그 부분에 있어서 동원 씨에게 고마운 마음이 있다. 물론 본인은 ‘경찰 역은 처음이니까 한 번 해보려고요’라고 가볍게 말했지만. 하하하. 동원 씨는 극 중 재명처럼 전체적인 시나리오나 상황을 본다. 연기적인 부분보다는 작품 전체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강동원 배우가 ‘정의로운 역할에는 꼭 전사가 있어야 하냐’고 하더라. 그 말이 신선하면서도 큰 깨달음을 줬다
- 만약 재명에게 전사가 있었다면 동원 씨는 이 역할을 안 했을 거다. 제가 좋아하는 경찰 캐릭터는 강철중이지만 이렇게 젠틀한 경찰도 매력 있지 않을까? 어쩌면 새로운 도전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 '마스터'의 조의석 감독(왼쪽)과 이병헌[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를 보면서 일명 ‘덕후’라 불리는 이들에게 인기일 요소들이 눈에 띄더라. 각 캐릭터에게 부여된 일이라든지 성격이라든지
- 메인 주인공들은 각자 사이드킥이 있다. 양손에 들고 저글링을 하는 거다. 재명에게는 장군과 젬마(엄지원 분), 진 회장에게는 김엄마(진경 분)와 장군 등. 삼각형을 그려놓은 게 있다. 가장 성공한 건 안경남(조현철 분)인 것 같다. 다들 이해 못하는 캐릭터일 줄 알았는데 다들 귀엽게 봐주고 이해해주는 것 같다.

이병헌 배우와 애드리브로 견해차가 컸다고
- 이병헌 선배가 처음에는 ‘난 애드리브를 싫어해’라고 하셨었는데. 하하하. ‘내부자들’로 대성공을 거둔 뒤 매회 애드리브를 준비해오시더라. 그러다가 보석 같은 애드리브를 발견하기도 하고.

필리핀 촬영은 어땠나? 현장이나 규모 면에서나 부담이 컸을 것 같은데
- 다들 예민한 상태였다. 열사병, 탈수증에 시달리면서….

필리핀 현장에서 장면의 오류를 발견하고 즉석에서 고치기도 했다던데
- 그게 진 회장과 김재명의 독대 신이었다. 동원 씨가 ‘이 장면은 이렇게 돼야 하는 거 아니에요?’ 묻는데, 현장에서는 의견이 잘 안 맞았다. 나중에 호텔에서 차근차근 얘기해보니 둘 다 같은 이야기를 한 거더라. 동원 씨가 짚은 부분에서 점차 생각이 넓어졌다. 핑퐁 게임을 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했던 것 같다. 현장에서 갑자기 바뀐 거라서 병헌 선배에게 전달하기가 겁났다. 그런데 너무 쿨하게 받아들여 주고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시더라. 전 진짜 배우 복이 대단한 것 같다.

영화 '마스터'의 조의석 감독[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진 회장과 장군은 쿠키 영상이 있는데 재명만 없었다.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던데
- 쿠키 영상은 일종의 선물이니까. 재명이 마지막을 장식하면서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물론 재명과 장군을 엮어서 쿠키를 만들까 생각도 했었다. 마지막은 국회 안으로 들어가는 김재명의 모습으로. 하지만 허락도 못 받았고, 러닝타임 때문에 무산됐다.

김재명의 뒷모습으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가장 좋은, 적합한 엔딩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 제가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다. 얼마 전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을 다시 봤다.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본 거라 마지막 30분밖에 보지 못했다. 장국영이 뚜벅뚜벅 걸어가고 그의 뒷모습을 보는데 그것에서 ‘감시자들’ 제임스(정우성 분)이 나온 것 같고, ‘마스터’의 김재명이 나온 것 같더라. 그때 그걸 깨달았다. 아! 이게 다 왕가위 때문이었구나.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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