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2018년 대선을 앞두고 멕시코에서도 반(反) 기득권 포퓰리스트가 급부상하고 있다. 주인공은 멕시코 좌파 모레나당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63)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멕시코의 트럼프로 불리는 오브라도르(이니셜만 따서 일명 암로)에 주목했다. FT에 따르면 암로는 소외계층의 분노를 자극하면서 대중에 다가가고 있으며 대중의 평가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와 닮았다.
암로의 부상은 현재 멕시코 대통령인 엔리케 페냐 니에토의 지지율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
니에토는 2012년에 멕시코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개혁가라는 이미지로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멕시코의 성장률이 2%까지 떨어지는 등 경제가 둔화되고 있으며, 트럼프 당선으로 멕시코 페소가 급락하고 새해부터는 휘발유 소매가격을 무려 14.2%나 인상하기로 해 물가폭등 우려까지 나오면서 니에토의 지지율은 급강하하고 있다. 또한 니에토는 2014년 시위에 참여했던 대학생 43명의 집단 실종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고 8월에는 멕시코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던 트럼프를 초대하여 극진히 대접해 비난에 시달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암로는 멕시코의 뿌리 깊은 부패를 근절하고 사회를 개혁할 유일한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암로가 내놓고 있는 공약들은 부패 척결, 권력 마피아 청산, 노인 연금 확대, 공무원 임금 삭감, 일자리 창출, 인프라 투자 등이 있다. 그는 멕시코에 ‘진짜 변화’를 가져오겠다고 약속했다.
FT는 트럼프가 미국에서 온갖 역경을 헤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듯이 암로의 집권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 주요 기업 중 한 곳의 회장은 “암로의 내년 대선 승리는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2월에 현지 매체인 레포마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암로는 차기 대권주자 중 지지율 29%로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펠리페 칼데론 전 대통령의 부인 마르가리타 사발라였다.
다만 정치 애널리스트인 제니스 드레서는 암로가 트럼프처럼 ‘성난 표’에만 의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대선에서도 지나치게 과격한 공약으로 중도파를 끌어안지 못해서 패배했다며 온건하게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드레서는 덧붙였다.
앞서 암로는 2000년부터 5년간 높은 인기 속에서 멕시코시티 시장을 지냈고 2006년에 대선에 출마했으나 보수주의 펠리페 칼데론에 간발의 차로 패했다. 2012년 대선에서는 엔리케 페냐 니에토에 6.6%포인트 차이로 졌다.
최근 암로는 멕시코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에너지, 교육, 고용 개혁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말하는 등 태도에 변화를 주고 있다.
멕시코시티의 한 주민은 “빈민가 사람들은 모두 암로를 찍었다. 노인과 빈곤층의 절대적인 지지로 암로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