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기 감독의 ‘이정현 살리기’ 역설…이정현 빼고 “터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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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0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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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KGC인삼공사 이정현(가운데). 사진=KBL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슈팅가드 이정현(30)이 살기 위해선 벤치 멤버들이 살아야 한다.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의 역설이다.

국내 슈팅가드 기근에 시달리는 KBL에서 이정현은 올 시즌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올 시즌 25경기 평균 17.4점 2.8리바운드 5.7어시스트를 올리며 커리어 하이를 기록 중이다.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이정현은 특히 득점 부문에서는 국내선수 1위, 전체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당 2.8개의 3점슛을 성공시켜 이 부문도 테리코 화이트(서울 SK·3.0개)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시즌 전적 18승7패로 단독 2위에 올라있는 인삼공사는 수비보다 공격이 강한 팀이다. 팀 평균 득점은 88.1점으로 서울 삼성(87.7점)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지만, 팀 실점도 82.5점으로 최하위 부산 kt(87.2점)보다 한 계단 위인 9위에 머물러있다.

공격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핵심 선수가 바로 이정현이다. 하지만 최근 이정현에게 집중 수비가 몰리면서 힘겨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인삼공사는 데이비드 사이먼과 오세근, 이정현의 삼각편대의 공격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상대가 수비 전략을 세우기 용이하다.

사이먼과 오세근은 둘 다 영리하게 하이-로우 호흡을 맞춰가고 있다. 김승기 감독도 걱정이 없다. 하지만 고민은 이정현에 대한 수비 분산 해법이다. 김 감독은 “이정현이 절대 부진한 것이 아니다. 상대 수비가 집중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이 이정현을 살리기 위한 카드로 내세운 것은 벤치 멤버들의 득점이다. 특히 슈터로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전성현과 문성곤, 한희원의 외곽포가 터지기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김 감독은 “이 세 명 중에 한 명만 터져도 된다. 상대 수비가 이정현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현은 올 시즌 이미 팀의 에이스로 자리를 잡았다. 20득점 이상을 올려주면 금상첨화지만, 두 자릿수 득점을 유지하며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3점슛 1~2개만 넣어주는 것이 더 이상적이다. 전성현-문성곤-한희원의 활약이 필요한 이유다.

이정현도 상대 수비가 더 강해질 2017년을 대비해 조금 더 성숙해지기로 결심했다. 이정현은 “난 아직 완벽한 선수가 아니다. 그래서 상대의 거친 수비에 쉽게 흥분해 경기를 그르칠 때가 많았다”며 “내가 했던 경기를 더 반성하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견제가 심하면 다른 선수에게 패스를 내주고 지혜롭게 풀도록 노력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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