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과 대만이 새해 벽두부터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올해도 순탄치않은 한 해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러한 흐름에 기름을 부울 것으로 우려된다.
관영 중국중앙(CC)TV의 2일 보도에 따르면 장즈쥔(張志軍)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임은 새해 첫날인 1일 신년사를 통해 "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해석하기로 한 합의)을 바탕으로 협력과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양안 동포의 이익과 바람에 부합하는 길"이라며 대만을 압박했다.
장 주임은 "92공식은 아주 중요한 정치적 기반으로 이를 제대로 유지해야 '임빙풍랑기, 온좌조어대'(任憑風浪起, 穩座釣魚臺 풍랑 속에서도 조용히 낚시를 한다: 어떤한 압력과 반대 속에서도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다) 할 수 있고 92공식이 무너지면 혼란과 불안 속의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계속 고수하고 대만 독립세력에도 강력히 반대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동시에 대만 주민의 본토에서의 유학, 취업, 창업, 생활을 위한 정책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뜻을 밝혔다. '하나의 중국' 원칙만 수용한다면 대만과의 협력과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하지만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멀어진 양안의 거리가 좁혀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차이 총통은 새해를 앞둔 지난해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위해 대만은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며 동시에 (중국에 대한) 호의도 변함없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항하지는 않겠지만 최근의 압박에 굴복해 '대만이 주권국가'임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중국이 기존의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운 만큼 차이 총통과 민진당이 얼마나 버틸지가 올해 양안관계를 좌우할 전망이다. 최근 대만과 중국과의 틈을 벌리는데 힘을 실은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도 큰 변수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이례적으로 차이 총통과 전화통화를 나누며 중국을 도발했다. '하나의 중국' 에 대해서도 "왜 미국이 이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해 중국의 분노를 샀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이러한 행보가 취임 후 미·중 간 벌어질 줄다리기에 '대만' 카드를 사용할 수 있을지 확인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의 대만을 향한 압박도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만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급감했고 중국에 진출한 신발 제조업체 펑타이 그룹 등이 중국에서 '세금 미납' 등을 이유로 벌금 폭탄을 맞았다.
외교적 고립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서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 상투메프린시페가 대만과 단교했고 이후 엿새 만에 중국과 손을 잡아 대만에 충격을 줬다. 최근에는 유럽 유일의 대만 수교국인 바티칸과 중국의 수교 가능성도 커진 상태다.
이달 4~7일 있을 차이 총통의 중남미 4개국 순방도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차이 총통이 순방 일정 중에 미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지만 중국이 이를 저지할 가능성이 크다. 역대 대만 총통은 비행기 중간 급유 등을 핑계로 미국에 진입하거나 최대한 워싱텅을 우회하는 등 '눈치외교'를 펴왔다. 공식활동도 자제했다. 중국 때문이다.
대만과의 단교 소식이 이어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대만 언론은 차이 총통이 방문할 국가 중 온두라스, 니카라과 등이 대만의 손을 놓을까 우려된다고 최근 보도했다.
차이 총통의 입지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대만 방송 TVBS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26%로 떨어졌다. 지난 6월 47%에서 5개월여 만에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질한 것이다. 중국대만망의 2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만 유명 온라인커뮤니티 PTT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무려 59%의 네티즌이 '2016년 가장 후회되는 일'로 "민진당에 투표한 것"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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